한화, 4승16패 승률 2할 최악 스타트
주장 정근우, "위기가 빨리 왔을 뿐"
"오늘도 해가 떴네".

한화 주장 정근우(34)가 2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봤다. 쾌청한 날씨와 달리 한화는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끊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승16패 승률 1할5푼8리, 기록적인 부진으로 최악의 스타트. 그렇다고 울상만 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정근우는 일부러라도 계속 웃으며 긍정의 힘을 찾았다.
그는 "후배들이 '이제 장난 그만 하고 야구하자'고 말하더라. (심)수창이형은 '공사장 가서 각목 하나 갖고 와라. 내가 각목으로 쳐도 너보다는 잘 치겠다'고 농담하더라"며 웃은 뒤 "팀이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괜찮다. 위기가 빨리 찾아왔을 뿐, 아직 한 달도 안 됐다. 시즌은 앞으로 5개월이 더 남았다"고 강조했다.
정근우의 말대로 이제 시즌은 20경기했고, 전체 144경기 중 13.9%밖에 되지 않는다. 시기적으로 언제든 반등할 수 있기에 벌써부터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다만 시즌 전 기본 5강 전력에 우승 후보로까지 기대를 모은 한화였기에 초반 부진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선수들도 팀의 끝 모를 추락에 영향을 받았다.
시즌 첫 6경기에서 4할4푼8리의 고타율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정근우도 어느새 시즌 타율이 2할4푼7리까지 떨어졌다. 14일 대전 두산전에는 무릎에 공을 맞는 부상까지 입으며 하루 쉬는 등 타격 페이스가 더욱 떨어졌다. 그는 "사구와 엮지 않겠다. 핑계를 대지 않겠다"고 했지만, 팀 추락에 주장으로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정근우는 "초반에도 타격감이 좋은 건 아니었다. 운이 따라준 부분이 있었다"며 "감이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몸이 안 좋은 건 아니고, 매번 경기를 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지쳤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잠을 자도 자꾸 설쳤다. (롯데전 승리 후) 한 번 이기니 잠이 정말 잘 오더라"고 연패의 부담을 털어놨다.
하지만 주장답게 먼저 마음을 다잡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앞장섰다. 정근우는 "인생이 원래 그렇다. 굴곡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힘들었던 만큼 앞으로는 좋은 일도 분명히 생길 것이다. 기적이라는 드라마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며 "오늘(26일)부터 뭔가 마음이 가볍다. 파이팅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근우의 자신감대로 이날 한화는 KIA에 4-2로 승리, 3연패에서 벗어나며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8회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정근우는 하주석의 2루타와 KIA 좌익수 나지완의 실책 때 젖먹던 힘까지 내며 1루에서 홈으로 전력질주했다. 온몸을 날려 홈에서 살았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1득점을 직접 올렸다. 경기 후 김태균도 "근우가 정말 열심히 뛰어 득점을 해준 덕분에 이겼다"고 고마워했다.
여전히 까마득한 최하위이지만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한화 전력이 너무 아깝다. 정근우의 희망가처럼 한화의 대반격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아직 시즌은 124경기가 더 남아있고, 기적의 드라마가 쓰여질 시간은 충분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