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없이 가볍게 돌리는 스윙에도 타구는 펜스까지 갔다.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박병호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벌어진 2016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서 팀의 6번타자(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6-5 승리에 기여했다. 타율도 2할3푼6리로 상승했다.
이 경기에서 박병호는 두 번의 파워 넘치는 장면을 선보였다. 첫 번째는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만든 2루타였다. 라인드라이브로 중견수 타일러 네이퀸을 넘어간 타구는 2루타가 됐다. 타구 각이 조금만 높았다면 홈런이 될 수 있었을 정도로 강하고 정확하게 맞은 타구였다.

두 번째 놀라운 장면은 4회말에 나왔다. 1사에 다시 클리블랜드 선발 코디 앤더슨과 맞붙은 박병호는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체인지업(85마일)을 ‘툭’ 받아쳤다. 좌전안타가 될 것 같던 타구는 생각보다 속도가 줄지 않았고, 계속 뻗더니 외야 좌측 페어지역에 떨어져 펜스까지 굴러갔다.
강한 손목 힘이 없었다면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었던 타구다.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더라도 내야수를 넘겨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더 멀리 뻗어 타자가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도 2루에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파워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이미 지난 17일 그는 LA 에인절스를 맞아 141m나 날아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려 일찌감치 격이 다른 파워를 자랑했다. 이틀 뒤인 19일에는 우타자가 밀어쳐서는 좀처럼 넘기기 힘들다는 타깃 필드의 우측 담장 밖으로도 타구를 보냈다.
이날 경기에서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쳤다 하면 장타인 박병호의 힘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병호는 지난 26일 경기 후 “조금씩 방망이 중심에 공이 맞고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는데, 타격감이 지속된다면 시즌 5호 홈런도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nick@osen.co.kr

[사진] 미니애폴리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