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선발승 모두 이끈 마에스트리
부진 탈출 위해 함께 단체삭발 동참
"삭발?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지난 26일 대전 한화-KIA전.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 시간, 모자를 벗은 한화 선발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31)의 머리는 군인처럼 짧았다. 마에스트리뿐만 아니라 한화 선수들의 머리가 전부 그랬다. 지난주 연패 탈출을 위해 단체 삭발을 했고, 외국인선수 마에스트리도 동참했다.
마에스트리는 "삭발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팀 스피릿이다"며 웃은 뒤 "선수들 모두 부진 탈출을 위해 하는데 나만 빠질 수 없었다. 부산 사직구장 라커룸에서 머리를 잘랐다. 혼자서 할 수 없어 윌린 로사리오가 도와줬다"고 짧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사실 외국인선수들에게 단체 삭발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팀이 부진에 빠질 때 선수들이 단체로 농군패션을 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하지만 삭발하는 문화는 없다. 그런데 마에스트리와 로사리오는 별다른 군말 없이 선수단과 함께 머리를 짧게 밀었다.

이탈리아 출신 마에스트리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왔다. 미국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영어와 스페인어 구사 능력을 키웠고, 일본에서도 프로와 독립리그를 오가며 4년을 뛰며 일본어까지 어느 정도 구사한다. 야구뿐만 아니라 낯선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고 배울 정도로 열의가 있다.
KBO리그에서도 마에스트리의 도전자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늘 도전하는 자세로 한국 타자들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 한국 타자들의 정확도가 높아 변화구 구속도 변화를 주고 있다"며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4일 휴식으로 등판하는 부분도 당연히 내가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보장연봉이 2000만엔으로 외국인선수 중 최소 몸값이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마에스트리는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시즌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5.48로 한화의 선발 2승과 2차례 퀄리티 스타트 모두 마에스트리가 만들었다. 한화가 거둔 4승의 절반으로 마에스트리의 팀 내 비중을 알 수 있는 대목.
선발진이 여의치 않은 팀 사정상 3연속 4일 휴식 선발등판으로 고전했지만, 5일 휴식만 보장되면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투철한 팀스피릿까지 갖춘 마에스트리가 시즌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