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깜짝 투수전’ 두산-SK 선전 이유 증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27 21: 30

예상 외의 투수전이 벌어졌다. 두산의 대체 5선발인 허준혁(26)과 SK의 4선발인 박종훈(25)이 팽팽한 투수전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국 두 팀이 시즌 초반 1·2위를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경기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26일 1점차 접전을 벌인 두산과 SK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허준혁과 박종훈을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조심스레 타선과 불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허준혁은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다. SK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찬 박종훈도 통산 두산전 성적(7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64)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선수는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두산은 박종훈을 잡기 위해 좌타 라인을, SK는 허준혁을 잡기 위해 우타 라인을 들고 나왔지만 허사였다. 이날 허준혁은 6이닝 2실점, 박종훈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박종훈이 판정승을 거두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기는 했지만 허준혁도 만만치 않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두 선수 모두 빠른 공을 던지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각기 가진 장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허준혁은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30㎞ 후반대에 머물렀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는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압권은 패스트볼로 모두 루킹 삼진 처리한 2회였다. 이재원은 몸쪽, 김강민은 바깥쪽, 최승준은 다시 몸쪽을 찔렀다. 완벽한 로케이션이었다.
박종훈은 특유의 까다로운 폼에서 나오는 특급 어뢰로 선두 두산의 타선을 피해나갔다. 힘 있는 좌타들이 몇몇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크 아래를 찌르는 빠른 공, 그리고 커브의 조합으로 범타를 양산해냈다. 두산 타자들은 좀처럼 박종훈의 공에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박종훈은 이날 탈삼진이 3개에 그쳤지만 반대로 장타 허용이 하나도 없었다. 몇몇 위기 상황을 헤쳐 나오며 달라진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팀이 올 시즌 초반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타난 경기이기도 했다. 26일까지 두산은 3.33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SK는 3.76으로 2위다.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보유하고 있는 팀은 두산과 SK뿐이다. 여기에 선발 야구가 되고 있다. 두산은 선발투수 전체 성적이 14승2패 평균자책점 3.69, SK는 8승5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역시 1·2위다.
선발이 든든하게 버티다 보니 계산이 서는 야구가 되고 있다. 불펜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선발 투수들이 6이닝, 투구수 100개 가량을 책임 있게 버틴다는 것은 장기 레이스에서 절대적인 이점을 가진다. 불펜 소모를 아껴 후반부 승부처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다. 승리를 거둔 SK는 물론, 아쉽게 진 두산도 허준혁이라는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마냥 씁쓸하지만은 않은 경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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