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프랜드, 데뷔전 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부진
KBO리그 스트라이크존 적응해야 반등 가능
반전은 없었다. 첫 회에 희망을 보였으나 다음 이닝부터 흔들리더니 또 조기강판 당했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스캇 코프랜드(29)가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코프랜드는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4⅓이닝 4실점(3자책)으로 고전, 데뷔전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탈삼진 7개를 기록하며 막강한 구위를 자랑했으나, 볼넷도 6개를 범하며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3⅓이닝 7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던 지난 22일 고척 넥센전보다는 나아보였으나, 기대치에는 현저히 못 미친다.
부진의 원인은 제구불안이다. 주무기인 싱커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면서 볼카운트 싸움이 불리해지고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한다. 그나마 삼성전에선 커브가 원하는 대로 들어갔지만,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당황스러운 점은 코프랜드의 제구난조를 예상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비록 코프랜드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지는 못했어도, 프로 입단 후 매년 더 나아지는 투구를 펼쳐왔다. 6년 동안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한 단계씩 밟으며 선발투수로서 필요한 요소들을 갖춰갔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강인한 체력과 안정된 제구력, 그리고 땅볼유도에 용이한 싱커를 앞세워 최고무대까지 올랐다.
실제로 코프랜드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21경기 125이닝을 소화하며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5로 활약했다. 9이닝당 볼넷은 2.7개에 불과했다. 트리플A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콜업에 성공했고, 빅리그 첫 선발 등판서 7이닝 0볼넷 1실점으로 선발승까지 올렸다. 올해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불펜피칭을 통해 꾸준히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문제는 실전이다. 지난 넥센전에선 강하고 정확하게 던지려다가 자멸했다. 최고구속 151km이 찍혔지만 무의미한 수치였다. 싱커를 스트라이크존 최하단 모서리에 던지려 했으나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거나 한 가운데로 몰리기만 했다. 싱커의 무브먼트도 강렬하지 않았다. 그래도 삼성전에선 1회초까지 싱커의 무브먼트가 좋았고, 싱커가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2회초 중심타선을 맞이해 욕심을 부린 듯 넥센전과 똑같은 모습이 나왔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에 비해 스트라이크존 상하가 길고, 좌우가 짧다. 때문에 코프랜드가 스트라이크콜을 받아왔던 낮게 구사된 싱커가, KBO리그에선 볼로 판정될 수 있다. 공인구의 차이도 어느정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공인구보다 KBO리그 공을 선호한다. 실밥이 크고 간격이 촘촘해서 공의 변화를 주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코프랜드가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스트라이크존과 공인구 적응이다.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가야 타자와 싸울 수 있고, 땅볼도 유도할 수 있다.
아직은 만회할 기회가 있다. 삼성전 1회에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갔던 싱커를 꾸준히 구사해야 반전의 문이 열린다. 세컨더리 피치인 커브와 체인지업의 낙폭은 괜찮았다. 주무기인 싱커와 조화를 이루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형성되면, 지난해 108볼넷으로 자멸한 루카스보다 못한 투수가 될 수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