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종 꿈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4.29 09: 57

“우승? 못 해도 좋습니다. 성남시민들에게 하루 종일 성남FC 축구가 화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축구 구단주가 우승을 마다한다? 기존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민구단 성남FC를 이끌고 있는 이재명(52) 성남시장이 그리는 꿈은 타 구단과는 차별화된다. 성적에 모든 것을 거는 기존 프로축구문화에서 축구에 대한 이 시장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파격을 불러오고 있다. 
성남FC는 28일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기자단을 초청했다. 이재명 성남FC 구단주를 비롯해 김학범 감독 및 선수들은 취재진과 그 동안 못했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재명 구단주는 기자단축구대회서 직접 골키퍼장갑까지 끼면서 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시민구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그가 꿈꾸는 최종목표는 무엇일까. 

그간 프로축구는 ‘우승=만사형통’이란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거액을 투자해 좋은 선수를 모으고, 우승을 달성한다면 나머지 흥행이나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주의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시민구단이 애초에 기업구단과 같은 패러다임으로 프로축구를 접근한다면 만년 2류 일수밖에 없다. ‘구단주는 뒤에서 조용히 지원만 해주면 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이재명 구단주가 전면에 나선 이유다. 
이재명 구단주는 시민구단의 구단주이자 성남시의 수장이다. 성남시민들이 성남FC를 통해 건전하게 여가를 즐기는 것이 곧 지역사회의 복지와 연결된다. 타 구단주들과 축구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구단주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비를 털어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 바르셀로나 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를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선진축구가 과연 어떻게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지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였다. 
“엘 클라시코를 앞두자 마드리드 전체가 온통 축구이야기만 하더라고요. 비싼 암표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0-4로 대패를 당하자 또 그것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더라고요. 성남에서도 암표장사꾼이 나올 정도로 우리 구단 경기가 화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챌린지에서 승격한 수원FC와의 ‘깃발더비’였다. 3월 17일 두 팀의 맞대결서 이긴 팀의 시청 깃발을 상대팀 시청에 걸자는 파격제안이었다. 이 구단주는 “염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맞장구를 쳐달라고 했죠. 염 시장도 흔쾌히 응하더군요. 우리 팀이 지면 물론 개인적으로 열이 받겠지만, 큰 화제가 되니 우리 팀에게도 이득이라고 생각했죠”라며 껄껄 웃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평소 1200명 정도가 오던 수원종합운동장에 1만 282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보기 드물게 경기가 달아올랐다. 아쉽게도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그래도 두 팀은 큰 홍보효과를 얻었다. 여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안산과 안양도 ‘메이요 더비’에 동참하기로 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 구단주는 지난해 ‘성남FC가 편파판정을 받고 있다’며 고소까지 언급해 프로축구연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할 말은 꼭 하는 직설적 성격인 그는 기자회견서 취재진과도 언쟁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구단주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프로축구연맹도 흥행을 위해 참 많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시민구단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구단주의 바람처럼 성남시민들이 온종일 성남FC를 이야기하고, 탄천운동장을 가득 메우는 꿈이 조속히 현실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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