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누른 것은 기교였다.
KIA 우완투수 한기주가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⅔이닝동안 5안타와 5볼넷을 내줬지만 1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더욱이 생일을 맞아 리그 최강의 선발투수 마이클 보우덴과 맞대결에서 얻은 값진 승리였다.
숱한 수술을 딛고 돌아온 한기주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직구 구속은 140km 정도다. 대신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 타이밍을 뺏는 완급투구로도 상대한다. 힘도 들이지 않는다. 투구폼도 바꿨는데 와인드업을 하면서 왼발을 두번씩 흔들고 던진다. 마치 스파이크의 흙을 터는 듯하다. 이 털기 투구폼에 팀득점 1위, 팀타율 2위의 두산 타선이 애를 먹었다.

1회는 2사후 민병헌과 오재일에게 연속으로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양의지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2회는 오재원 우전안타, 김재환 볼넷을 내주고 위기를 불렀다. 희생번트에 이어 김재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제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더 이상 실점은 없었다.
3회도 볼넷과 안타를 맞았지만 득점타를 내주지 않았고 4회도 2사후 볼넷을 허용했을 뿐 무실점으로 막았다.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정교한 변화구를 앞세워 집중타를 맞지않았고 실점은 최소화했다. 5회는 처음으로 삼자범퇴. 회를 거듭할 수록 오묘한 투구에 두산 타자들은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6회 가장 큰 위기가 왔다. 첫 타자 양의지를 좌전안타를 내줬고 1사후 연속 볼넷으로 만루위기를 맞이했다. 김재호를 빠른 직구로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그대로 이날 투구를 마감했다. 바통을 이은 임기준이 정수빈을 2루 뜬공으로 잡아 멀티실점을 지웠다.
투구수는 96개,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에 포크볼, 체인지업, 커브까지 섞었다. 최고스피드는 143km를 찍었다. 지난 2006년 8월 3일 광주 두산전에서 7이닝을 던진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자신의 생일날을 맞아 완전한 3승이었다.
경기후 한기주는 "생일에 특별한 승리를 거두어 기분이 좋다. 팀이 어려울때마다 선발등판해 부담이 컸지만 결과가 좋아 기쁘다. 매이닝 중간투수로 등판하는 것 처럼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 공수에서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투수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좀 더 긴이닝 소화 못해 미안하다. 이탈한 선발투수들이 돌아올때까지 잘 버티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