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이 하룻만에 영웅으로 돌아왔다.
오재원은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의 경기에 선발출전해 투런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7-5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승리의 길을 여는 투런포를 가동해 승기를 안겨주었다.
오재원은 전날 역적이었다. 두 개의 평범한 병살성 땅볼을 뒤로 빠뜨려 주자와 타자를 모두 살려주었고 이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팀은 1-4로 무릎을 꿇었다. 선발 마이클 보우덴은 4실점했지만 1자책점이었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오재원의 목표는 '만회'였다. 실제로 타격에서 완벽하게 만회의 일타를 날렸다.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유격수 내야안타를 때리고 첫 출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1사 만루에서 후속타자들이 침묵을 지켜 득점에 실패했다. 3회에서는 1사2루에서 볼넷을 골라 찬스를 이어주었고 허경민의 우월 2루타의 발판이 됐다.
5회 세 번째 타석이 빛났다. 1사1루에서 KIA 선발 지크 스프루일과 집요한 접전을 벌였다. 무려 9개의 파울볼을 생산하면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지크가 어떤 볼을 던져도 모두 오재원의 방망이에 빗나가는 타구가 되었다. 투구수 100개 넘어가며 지크가 지치는 표정을 짓자 이대진 투수코치가 나와 한 숨을 돌리도록 할 정도였다.
치명적인 스윙은 14번째 공에서 나왔다. 지크의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146km짜리 직구를 가볍게 통타했고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3-2의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5-2으로 달아나는 귀중한 시즌 첫 대포였다. 지크는 허망한 웃음을 지었다.
이 한 방은 두산에게는 승리를 지크와 KIA에게는 패배를 안겨주었다. 지크는 이 회를 끝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투구수 105개가 되면서 4경기 연속 도전했던 퀄리티스타트로 물거품이 되었다. 팀은 기세를 살려 7-3으로 승리했다. 집념의 오재원이 역적에서 영웅으로 돌아오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단 하루였다.
경기후 오재원은 "어제 경기 실책 때문에 힘든 하룻밤을 보냈지만 오늘은 새로운 경기인만큼 잊고 신경쓰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상대투수 지크의 구위가 좋아 커트하면서 버티다보면 운좋게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