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포항 스틸러스의 중원에 박선용이라는 한줄기 빛이 내렸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달 30일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8라운드서 양동현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제주 유나이티드를 1-0으로 물리쳤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5경기(2무 3패) 연속 무승에서 탈출하며 잠시 5위(승점 9)로 올라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포함해 지긋지긋한 7경기(2무 5패) 연속 무승에서 벗어났다.

달콤한 승리와 함께 얻은 것은 또 있다. 박선용의 중앙 미드필더 실험이다. 최진철 감독은 이날 후반 35분 우측면 수비수인 박선용을 중원으로 올렸다. 추가시간 5분을 포함해 15분여를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박선용에게 낯선 자리는 아니다. 그는 과거 하석주 감독 휘하 전남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본 적이 있다. 본업이 우측면인 만큼 익숙한 옷은 아니다. 최 감독도 경기 전 "선용이를 중앙 미드필더로 실험했는데 주 포지션이 아닌데다가 오랫동안 그 포지션에서 안 뛰어서 그런지 조금 부담스러워 했다"면서 "중원 빌드업에 부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럼에도 이날 박선용을 중앙 미드필더로 실험했다. 손준호, 황지수, 김동현의 이탈과 이들의 공백을 메운 자원들이 100% 믿음을 주지 못한 까닭이다. 박준희와 이재원은 이날 경기 내내 불안감을 지우지는 못했다.
최 감독은 오는 3일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통해 실험을 계속할 전망이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터라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제외하고는 부담감이 덜 한 상황이다.
최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를 볼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면서 "타 포지션에서 올릴만한 새로운 선수들은 없다. 기존 자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중원 운용의 밑그림이 드러난 대목이다. 배슬기나 김원일 등 중앙 수비수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황지수, 조수철, 오창현이 가세하는 5월 말까지 김동현, 박준희, 이재원, 박선용 등 4명을 번갈아 기용할 전망이다.
김동현, 박준희, 이재원 등이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박선용 카드가 포항 중원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