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석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다음 타석에서 같은 공에 홈런 반격
같은 공에 두 번 당하지 않은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위력을 각인시켰다.

박병호는 1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시즌 6호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을 포함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거둔 박병호의 타율은 2할2푼7리로 상승했다.
130미터가 넘게 날아간 시즌 6호 솔로홈런(비거리 132.6m)은 팀이 0-3으로 뒤지던 4회말 2사에 뽑아낸 것이다. 박병호는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조던 짐머맨을 맞아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슬라이더(87마일)를 강하게 받아쳐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장쾌한 추격의 솔로홈런을 작렬시켰다. 팀의 무득점 침묵을 깨는 홈런이었다.
사실 짐머맨은 박병호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져 재미를 봤다. 앞선 타석이었던 2회말 1사. 박병호와 처음 만난 짐머맨은 볼카운트 2B로 불리하게 시작했지만 포심 패스트볼(92마일)을 2개 던져 스트라이크 판정과 파울을 얻어내 2B-2S를 만들었다. 그리고 5구째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89마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같은 공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상황은 1B-2S로 첫 번째 타석보다 더 투수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4구째에 들어온 슬라이더는 예리함이 비교적 떨어졌고, 무엇보다 코스가 치기 좋은 곳이었다. 박병호의 스윙 타이밍, 궤적과 맞아 떨어진 이 공은 좌중간 펜스 밖까지 날아가 꽂혔다.
이날 이전까지 시즌 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35로 막강함을 자랑하던 짐머맨의 시즌 무피홈런도 박병호의 한 방으로 막을 내렸다. 4구째를 던지기 전 고개를 좌우로 흔든 뒤 선택한 슬라이더가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만 것이다.
이날 7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한 짐머맨은 박병호에게 내준 홈런을 제외하면 한 점도 주지 않았다. 볼넷도 하나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다른 타자들이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서 유일하게 자신을 상대로 홈런을 만들어낸 박병호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비록 팀은 1-4로 패하며 3연패를 당했지만, 박병호로서는 더욱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소득이었다. 4월 내내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짐머맨 같은 특급 에이스를 상대로는 처음이었다. 다음 상대가 누구든 그는 미네소타를 만나는 투수들의 경계대상 1호가 될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미니애폴리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