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첫 달을 보낸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런 페이스는 대단하다. 하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그 역사를 돌려보면 이보다 더 뜨거운 초반 홈런 공세를 펼친 타자가 있었다. 바로 '빅초이' 최희섭(37, 은퇴)이다.
박병호는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벌어진 2016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추가해 6홈런으로 미국에서 보낸 첫 4월을 마감했다. 타율은 2할2푼7리로 높지 않았지만, 장타력을 기반으로 .849라는 준수한 OPS를 찍었다.
6개의 홈런을 친 그는 타일러 화이트(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신인 중 홈런 공동 1위로 5월에 들어간다. 그리고 팀 내에서도 당당히 홈런 선두다. 개막 1개월 만에 팀을 대표하는 거포로 점점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팀이 치른 24경기(출전은 19경기)에서 쌓은 6개의 홈런은 162경기로 환산하면 41홈런 페이스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4월의 기세를 보여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플로리다 말린스에 몸담고 있던 2004년의 최희섭이었다.
이 해에 최희섭은 4월 61타수 18안타로 타율 2할9푼5리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18안타 중 절반인 9개가 홈런이었다. 홈런이 워낙 많아 21경기에서 18타점이나 쓸어 담을 수 있었다. 이것이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때려낸 월간 최다 홈런이다.
월말로 갈수록 방망이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 6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쏘아 올린 최희섭은 1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멀티홈런 경기를 했다. 이후 4월엔 한 경기 멀티홈런이 없었다. 대신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부터 3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까지 4경기 연속홈런으로 꾸준함을 보여줬다.
최희섭은 2004년을 15홈런으로 마쳐 아쉬움을 남겼으나, 4월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거포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듬해에도 최희섭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5홈런에 그쳤지만 6월에 역사에 남을 몰아치기로 7홈런을 기록했다. 역사적이라고 한 것은 이 7개의 홈런이 단 4경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12일 미네소타전에서는 브래드 래드키를 상대로만 3홈런을 터뜨리는 괴력을 선보였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 영역을 넓히면 최희섭보다 더 많은 홈런을 한 달 동안 폭발시킨 선수도 있었다. 바로 아시아 선수 통산 메이저리그 홈런 1위(175개)에 올라 있는 마쓰이 히데키로, 그는 뉴욕 양키스 시절이던 2007년에 28홈런 중 13개를 7월에만 때려냈다. 7월의 OPS는 1.145로 특급이었다.
박병호의 6홈런은 최희섭이나 마쓰이의 한 달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빅리그 첫 달에 올린 성적이라 생각하면 새삼 대단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통산 홈런 기록에서 최희섭은 물론 마쓰이를 넘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만큼 더욱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첫 달 성적이다. 미네소타의 폴 몰리터 감독이나 현지 언론 역시 박병호의 첫 4월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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