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10위인데 중계는 1순위다".
지난주초 한화-KIA전 중계방송을 위해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말이다. 방송경력만 30년이 훌쩍 넘는 베테랑 허 위원은 "9~10위 팀 경기인데 방송사의 중계 1순위라는 건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지금 한화는 화제가 되는 팀이다"고 말했다.
한화가 1위를 한 것은 방송사 중계 순위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15년 프로구단 성과 평가에서도 한화는 프로야구 최고 등급을 받았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발표했고, 한화는 프로야구 최고로 평가받았다.

이번 평가지표는 ▲전략/마케팅 예산 비중, ▲구단별 시즌 평균시청률, ▲중계권 수입, ▲유료 관중 증가율, ▲지역별 관중 유치 증가율, ▲입장 수입 증가율, ▲상품매출액, ▲모기업 지원 외 스폰서 증가율, ▲리그 순위 등 9개 항목이었는데 한화는 TV 시청률, 관중 유치, 입장 수입, 상품 매출 수익, 스폰서 유치 증가율 등 다수 평가 항목에서 최상위 점수를 획득했다.

지난해 한화는 만년 꼴찌팀에서 벗어나 KBO리그 최고 인기팀으로 거듭났다. 구단 창단 후 홈경기 최다관중(65만7385명)을 동원했고, 최다 21차례 매진을 이뤘다. 전년도에 비해 38.4%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구단의 입장권 수익도 총 82억2091만5610원으로 서울 연고 두산(109억5083만4386원)·LG(106억6022만7854원)에 이어 전체 3위이자 지방 연고 팀 중에서는 단연 1위였다. 입장권 수익 역시 전년도 7위(55억6154만7150원)에 비해 무려 47.8%가 증가하면서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한화가 화제의 중심에 서며 구단 평가 1위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팀 성적이 컸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만년 꼴찌팀에서 6위로 도약했고, 포기를 모르는 야구로 명승부를 연출했다. 언제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한화 야구는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그 중심에는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기폭제 역할을 했지만, 단순히 한 사람의 힘으로 볼 수 없다. 2010년대 한화는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팬 층이 두터워졌다. 2011년(46만4871명), 2012년(51만9794명) 2년 연속 자체 최다관중을 경신했고, 2014년 역시 순위는 9위였지만 홈경기 관중은 7위(47만5126명)였다.
이 시기 한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대적인 투자와 팬 친화적 마케팅이었다. 대전 홈구장을 3차례 리모델링하며 낡은 미니 구장에서 중형급 구장으로 재탄생시켰고, 서산에 2군 전용 훈련장을 짓는 등 인프라를 바꿨다.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FA 정근우·이용규·권혁·정우람 등 특급 선수 영입은 물론 김응룡·김성근 등 스타 감독들을 데려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3년에는 개막 13연패 탈출을 위해 눈물을 흘린 팬들을 위해 무료입장 팬 감사 이벤트를 열었고, 2014년부터 마케팅파트를 2개로 나눠 팬 친화적 마케팅을 위해 여러 가지 구단 상품 개발, 다양한 팬서비스 및 이벤트를 벌였다. 올해는 외야필드박스와 L&C 홈클라우드존을 신설하며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했고, 팬들의 요청으로 응원단상을 외야에서 1루 내야로 옮겼다. 지난 3월19일에는 마케팅 팬 포럼을 열어 팬들의 목소리에 직접 귀를 기울였고, 이 자리에서 팬들의 요청을 잊지 않고 홈 개막전에 '레전드' 구대성의 의미 있는 시구를 기획했다.
한화는 올 시즌 시작부터 팀 성적이 꼴찌로 추락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여전히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다. 평균 관중이 8518명으로 지난해(9130명)보다 6.7% 하락하며 9위로 떨어졌지만 큰 폭은 아니다. 한화 관계자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구단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에서는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한화가 보여주고 있다.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