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가 1군 엔트리에 없다. 가래톳 부상으로 말소됐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런데 고메즈의 빈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최정민(27, SK)의 맹활약 때문이다. 대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이제는 팀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감을 보여주는 선수이자, 팀 동료들의 사기를 살리는 분위기 메이커의 몫까지 하고 있다. 타율은 4할대에 다시 진입했다. 시즌 초반 KBO 리그 최고의 발견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고메즈의 부상 이후 주전 2루수로 뛰고 있는 최정민은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선발 8번 2루수로 출전, 두 차례나 번트안타를 성공시키는 등 재기와 빠른 발을 과시한 끝에 4타수 3안타의 맹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5-1 승리에 공헌했다.

타율은 종전 3할6푼1리에서 4할로 올라 다시 4할대에 진입했다. 7회 마지막 타석도 잘 맞은 중전안타성 타구가 정근우의 다이빙에 걸렸다. 안타와 타점 하나를 도둑 맞은 장면이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모습으로 SK의 내야를 든든하게 지켰다.
1회 첫 타석에서 깔끔한 우전안타를 친 최정민은 3회 2사 1루에서 장민재를 상대로 번트안타를 성공시켰다. 올 시즌 타석에서 몇 차례 기습번트를 시도했으나 아직 성공은 없었던 최정민은 3루 쪽에 기습번트를 댔고 전력질주 끝에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당초 판정은 아웃이었으나 심판합의판정 결과 비교적 여유가 있는 세이프로 판독돼 판정이 뒤집어졌다.
6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최정민은 박정진을 상대로 다시 기습번트를 댔다. 이번에는 방향이 1·2루를 향했다. 투수 박정진이 이를 잡았지만 1루수 로사리오가 1루를 비우고 나온 상황에서 최정민은 다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먼저 들어갔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최정민의 투혼이 1루측 관중석은 박수로 가득찼다.
최정민은 올 시즌 반전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제대 후 첫 시즌인 지난해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최정민은 올해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탈락했다.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대만 2군 전지훈련에서 마음을 가다듬었고 독보적인 활약을 보인 끝에 상승세를 정규시즌까지 이어오고 있다. 준비된 최정민이 SK의 보물로 떠오르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