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두 번째 투수는 몸을 풀 시간조차 마땅치 않았다. 이 악조건 속에서 장민재(26, 한화)가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를 팽팽하게 붙잡았다.
한화는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선발로 나선 심수창이 1회부터 흔들렸다. 제구가 완벽하지 않았다. 결국 이명기 조동화 최정에게 3연속 볼넷을 내준 뒤 정의윤에게 좌월 만루포를 맞고 순식간에 4실점했다.
홈런을 맞은 선발투수가 안정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이를 용납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1회 경기 시작부터 몸을 풀기 시작한 선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장민재가 그 주인공이었다. 4월 30일 대전 삼성전(1⅔이닝) 이후 등판이 없어 체력적으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장민재가 중반까지 SK를 잡을 수 있다면 최근 살아나는 타선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장민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몸을 충분히 풀지 못했다. 1회 2사 후에는 박재상 최정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리기도 했다. 여기서 추가 실점한다면 한화가 쫓아가기 버거운 점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장민재는 이명기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화가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었다.
2회부터는 혼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2회를 삼자범퇴로 마쳤다. SK 타선의 기를 눌렀다. 3회에는 2사 후 박재상 최정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김성현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4회에는 2사 후 최정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을 뿐 나머지 세 타자는 모두 범타 처리했다. 5회에는 2사 후 박재상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역시 피안타는 없었다.
그렇게 장민재는 4⅔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버티며 조금 살아나는 듯 했던 SK 타선의 기세를 잠재웠다. 투구수는 65개로 경제적이었다. 사실상 심수창의 선발 임무를 그대로 대체한 셈이 됐다. 물론 타선이 살아나지 않고 팀이 패해 장민재 카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장민재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경기로는 충분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