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총력전은 당장의 성적을 나아지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장의 3연전 계획조차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직 110경기 이상을 남겨둔 한화가 벌써부터 후유증을 느끼고 있다.
한화는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공수 모두 최악의 난조를 보인 끝에 6-19로 대패했다. 3일 경기에서 승리하며 연승으로 기분 좋게 주중 3연전을 시작한 한화는 4일과 5일 이틀 연속 패하며 승패 마진이 -11까지 벌어졌다. 여전히 탈꼴찌는 힘겨운 과제다.
선발 안영명이 무너졌다. 2이닝 동안 8실점(6자책점)하며 무너졌다. 이미 경기 시작부터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140㎞ 이상의 공을 능히 던져야 하는 안영명이 130㎞ 초반의 공을 던지고 있었다. 밋밋했고 공에는 위력이 없었다. SK 타자들은 자신 있게 받아놓고 안영명의 공을 쳐냈다.

여기에 안영명이 3회 갑작스러운 오른 어깨 통증으로 강판되면서 한화의 경기 전망은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이유가 있었다. 던질 투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3일과 4일 불펜을 총동원한 한화는 불펜 여유가 없었다. 주말 3연전의 마지막 경기라면 모를까, 이제 일주일의 반이 지나간 상황에서 기민한 투수교체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였다. 3일 선발 송은범이 1실점에도 불구하고 4⅓이닝을 던지고 내려갔다. 박정진(⅔이닝 6개), 송창식(2이닝 22개), 권혁(2이닝 40개)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승리는 했지만 비교적 점수차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권혁의 체력 소모가 아쉬웠다.
4일에는 선발 심수창이 1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정의윤에게 만루홈런을 맞자 곧바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장민재가 4⅔이닝 65구를 던졌다. 지고 있음에도 필승조 투입은 멈추지 않았다. 박정진(1이닝 12개) 송창식(2이닝 14개) 윤규진(1⅓이닝 26개)이 차례로 올랐다. 결국 경기에서 져 불펜 헛심을 쓴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안영명의 조기강판에 던질 투수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정우람을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재우 정도가 그나마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우는 이날 3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홈런 4방을 맞으며 9실점했다.
그러자 한화는 전날 선발로 나왔던 심수창까지 6회 등판해 경기에 나서는 보기 드문 장면까지 연출했다. 물론 심수창은 전날 투구수가 얼마 되지 않아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선수가 이렇게 던질 경우 사실상 다음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는 어렵다. 루틴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팀답지 않은 실책도 쏟아졌다. 한화는 이날 고비 때마다 실책이 나오며 5개의 공식 실책을 기록했다. 여기에 비공식적인 실책까지 합치면 실책이 불러온 실점이 거의 10점에 육박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팬들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