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식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에 대한 욕심도 다시 생겼다. 결승전을 앞두고 홍콩 라크로스협회에서 개최한 만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알리바바 차이충신 부회장도 참석했다. 예일대학교 출신인 차이충신 부회장은 대학재학시절 라크로스를 직접 경험했다. 팀 스포츠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 그는 현재 홍콩과 대만의 라크로스협회에 직접 후원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를 앞세운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지원하고 있다.
▲ "가장 빠른 그러나 가장 조직적인 스포츠"

만찬을 하며 차이충신 회장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라크로스는 'the fastest game on two feet'이라고 평가 받는다. 스피드가 가장 중요한 스포츠지만 팀 웍이 무너진다면 이뤄질 수 없는 스포츠다.
대만출신으로 예일대학교-하버드대학교 경영학 석사 그리고 예일대 법학 박사를 거친 차이충신 회장은 홍콩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을 도와 현재 알리바바의 숨은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자제하는 차이충신 회장은 이번 토너먼트 내내 경기를 지켜봤다.
홍콩과 대만 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봤다. 그리고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한 가지 덧붙였다. 그는 "라크로스처럼 조직적인 스포츠는 드물다. 팀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라크로스를 승리할 수 없는 스포츠다.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다. 홍콩와 대만 그리고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라크로스를 통해 팀웍을 배워서 앞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차이충신 부회장이 홍콩과 대만에 어느 정도의 액수를 지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1년에 150만 달러(약 17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홍콩과 대만은 미국에서 지도자를 영입해 차곡차곡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홍콩은 HPP(High performence program)을 만들어 라크로스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홍콩 최고의 대학인 홍콩대학교 출신들로 구성됐던 라크로스는 더이상 한 인재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한국에 비해 떨어졌던 수준이 갑작스럽게 올라선 이유는 당연했다. 열정에 투자가 더해지면서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KOREA'라는 이름을 달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 따라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쉽게 무너질 수 없었다.
결승전을 펼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홍콩 보다 먼저 스타디움에 도착해 준비를 마쳤다. 경기장 관리인 보다 먼저 도착해서 훈련을 했고 전술적 준비도 철저히 했다.
다행이 수비 주장인 후배가 "형 준비하세요"라며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왼쪽발에 쥐가 났었고 오른쪽 발목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철저히 준비했다. 몸을 풀면서 꾀가 아닌 꾀를 부렸지만 자신감은 충분했다.

선제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앞섰다. 첫번째 경기와는 양상이 달랐다.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고 많은 골이 터지지 않았다. 보통 라크로스의 경우 한 팀당 8~10골 정도를 터트리는데 이날 경기는 축구와 비슷한 스코어가 이어졌다.
선제골에 이어 2번째 골도 터트린 한국은 기세가 올랐다. 잘 이뤄지지 않았던 수비도 안정적으로 펼쳐졌고 모두 힘을 짜내 경기에 임했다. 실수호 한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체력적인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실수가 생겼고 실점하고 말았다. 설상가상 문제는 심판판정까지 골치 아팠다. 경기를 펼치는 누구든 느낄 수 있을 정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관중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홈 관중들도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 했을 정도.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채 끌려갔고 결국 역전도 허용했다. 그러나 작전타임을 통해 "대한민국"을 외치고 반전을 노렸다. 경기 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41살 큰 형의 골을 시작으로 기적적인 동점골까지 터트렸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또 흔들렸다. 다시 실점하며 무너졌고 전-후반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연장전은 1쿼터로 마무리 됐다.
막내인 골리는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이 가득한 눈물이었다. 하지만 분명 모두들 하나가 되서 경기를 펼쳤다. 많은 시간 준비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 대회였다.

결승전의 아쉬움은 개인적인 목표도 바꿨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은퇴에 대한 계획도 세웠지만 다시 새로운 목표를 만들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10여년만의 국제대회 참가는 새로운 반전의 기회를 가져오게 됐다. / 10bird@osen.co.kr
[사진] 홍콩 오픈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