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 수차례 생존경쟁 이겨내고 외야수로 도약
지난 일주일 내내 맹활약...공수주 두루 발전
프로 세계에서 육성선수는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 이른바 정리대상 1순위다. LG 트윈스 외야수 채은성(26)도 그랬다. 2009년 육성선수로 프로에 들어온 후 보장된 게 없는 프로생활을 했다. 선수단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오자 현역으로 군 입대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타격에서 두드러지지 못했다면, 그대로 유니폼을 벗었을 수도 있었다.

채은성은 “프로에 입단한 후 2년도 되지 않아 군대에 갔다. 2010년 6월이었는데 갑자기 팀에서 군대에 가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많이 당황했었다”며 “어정쩡한 시기라 솔직히 가기 싫었다. 그래도 전역 후 기회를 보장해 주셨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군대에선 전역 후를 바라보고 틈만 나면 웨이트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수가 성장하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 팀도 선수도 참고 기다려야 목표점에 닿을 수 있다. 채은성과 LG 코칭스태프도 그랬다. 채은성은 군 전역 후 2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2013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타자로 올라섰고, 마침내 ‘육성선수’란 네 글자도 지웠다.
하지만 수비에 붙은 물음표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팀 사정상 포수를 봤지만, 실전을 소화하기에는 갈 길이 멀었다. 결국 내야수로 수비위치를 바꿨다. 처음으로 1군을 경험했던 2014시즌, 채은성의 포지션은 내야수였다.
당시 LG 코칭스태프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채은성이 3루수로 자리 잡는 것이었다. 정성훈이 1루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만큼, 채은성이 정성훈의 대를 잇는 강타자 3루수가 되기를 바랐다. 2군에서 포수 마스크를 벗은 후 가장 많이 뛴 자리도 3루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2014시즌 1군 무대서 타율 2할7푼7리로 잠재력을 뽐냈으나, 다시 높은 벽과 마주했다. 팀 내부적으로 채은성의 3루수 전향이 쉽지 않다고 판단, 채은성은 2015시즌을 앞두고 외야수가 됐다. 그러면서 채은성은 프로 입단 후 유격수와 2루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경험했다. 매년 새로운 자리에서 시즌을 준비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외야수로 살아남으려 했다.
채은성은 2015년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작년에 1군에서 뛰어보니 수비가 안 되면 경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래도 다행히 어깨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김)용의형, (문)선재와 함께 서로 안 되는 부분, 잘 되는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다. 수비를 어느 정도해야 백업이라도 자주 나갈 수 있다. 수비가 정말 중요하다. 수비를 잘 해서 기회 얻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렇게 채은성은 당차게 주전 도전장을 던지며 2015시즌에 돌입했다. 2014시즌 타석에서 보여준 모습을 이어가고, 외야수 전향도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당시 LG에 흔치 않았던 20대 주전 야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채은성의 성장속도보다 상대의 전력분석이 앞섰다. 상대 팀들은 2014시즌의 데이터를 토대로 채은성을 분석했고, 채은성은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다. 채은성이 고전하는 사이 서상우가 1군으로 올라와 맹타를 휘둘렀고, 외야진에는 채은성보다 수비가 뛰어난 임훈과 안익훈이 자리했다. 주전 도약은커녕, 1군 엔트리에 들어가기도 벅찬 상황이 됐다.
채은성은 살아남기 위해 다시 뛰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타격폼 수정에 들어갔고, 누구보다 많이 쳤다. 양상문 감독은 “마무리캠프서 젊은 선수들의 훈련양이 굉장히 많았다. 선수마다 티배팅만 하루에 3, 4박스(한 박스에 공 180개에서 200개 사이)를 쳤다. 그런데 은성이가 어느 날 자기는 7박스씩 치겠다고 하더라. ‘정말 칠 수 있을까?’ 싶어서 은성이에게 매일 7박스를 치면 내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근데 진짜 7박스를 쳤다. 사실 은성이는 이전부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웃었다.
땀방울은 채은성을 배신하지 않았다. 채은성은 올 시즌 치열한 내부경쟁을 이겨내고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수 모두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리빌딩의 중심이 되려고 한다. 변화구에 유독 약했던 것도 극복했다. 이제는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도 변화구를 공략한다. 불안했던 외야수비도 일취월장, 지난 1일 잠실 kt전에선 정확한 홈 송구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5월 5일 어린이날 경기서도 채은성은 빛났다.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천금의 2루타를 쳤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득점까지 올렸다. 최근 LG가 승리하는 순간마다 채은성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채은성은 “일단 타자로서 목표는 클러치히터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잘 치는 타자로 인식되고 싶다. 수비는 범위가 아주 넓지는 않아도 내가 맡은 영역은 확실히 책임지려고 한다. 송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며 “지난해 많이 힘들었지만, 마무리캠프부터 코치님들의 도움으로 나아질 수 있었다. 타격에서 서용빈, 손인호 타격코치님, 수비에선 한혁수 수비코치님의 지도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올해 또래 선수들이 많은데 지금의 활기찬 분위기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