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복귀전 멀티홈런, 현실이 된 농담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07 12: 09

인터뷰 끝나고 했던 농담이 멀티홈런으로
2홈런 3타점 강정호, 팀 4연패 끊은 최고의 복귀전
 “삼진 아니면 홈런이죠”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농담 같던 말이 현실이 됐다.
강정호는 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팀의 6번타자(3루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을 올리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팀 4연패 탈출에 앞장선 그의 시즌 타율은 5할이다.
이날 경기 전 팀에 합류한 강정호는 현지 취재진은 물론 한국 취재진과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현지 기자들도 클린트 허들 감독을 만나자마자 처음 꺼낸 질문이 강정호 관련 질문이었을 만큼 그의 25인 로스터 등록과 선발 출장은 큰 관심사였다.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서 있었던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많은 질문에 답했다. 가장 큰 관건이었던 베이스 러닝 시 방향 전환에 있어서는 “일단 뛰게 되면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은 없을 것 같다. 한 베이스 더 가고, 잘 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인터뷰가 끝난 후 취재진이 뛰기 힘들면 홈런을 쳐야 할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자 강정호는 “(그러려면) 삼진 아니면 홈런이죠”라고 말하고 웃으며 라커로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양쪽 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절반정도 흐른 후 강정호는 가볍게 지나쳤던 말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첫 두 타석에서 타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그는 6회초 2사 2루에서 타일러 라이언스를 상대로 우측 펜스를 넘기는 투런홈런을 날리며 3-0을 만들었다.
세인트루이스가 7회말 2득점하며 추격해오자 상대의 기세를 꺾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강정호는 8회초 2사에 케빈 시그리스트를 맞아 이번에는 좌측 펜스 밖 2층으로 타구를 보냈다. 단순한 복귀전 이상의 의미를 스스로 만드는 두 번의 스윙이었다. 삼진이나 홈런이 아니더라도 볼넷으로 출루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강정호의 계산에는 없었던 것 같다.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스윙 한 번에 네 베이스씩 가게 되면서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악착같은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최고의 복귀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알린 강정호가 자신만의 2016 시즌 개막전을 멋지게 끝냈다. /nick@osen.co.kr
[사진] 세인트루이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