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히어로무비] 박정음, 교체 대신 끝내기 주인공 되기까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5.09 05: 50

넥센 벤치, 박정음 타격감 믿고 타석 기용
벤치에 보답한 박정음의 생애 첫 끝내기
지난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넥센 히어로즈는 5-6으로 뒤진 8회말 박정음과 허정협 두 명의 대주자를 썼다.

9회초 수비를 위해 선수들의 포지션을 재정비해야 할 시간. 3루수 김민성의 대주자로 들어간 박정음이 김지수로 교체되고, 우익수 유재신이 1루로 가는 대신 1루수 채태인의 대주자 허정협이 우익수로 기용되는 것이 넥센의 예상 변경안이었다.
9회말 공격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대부분 대주자로만 기용됐던 박정음보다는 대타 자원인 허정협이 타석에 들어가는 게 더 익숙한 시나리오기 때문. 그러나 넥센 벤치는 과감하게 박정음을 우익수로 보내고 허정협을 3루수 김지수로 교체했다.
그리고 찾아온 9회 찬스. 임병욱이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쳤다. 이어진 무사 1,2루가 대니 돈, 유재신의 연속 뜬공으로 2사 1,2루가 되고 타석에는 박정음이 들어섰다. 이날 전까지 19경기 28타석이 전부였던 박정음은 침착하게 임기준의 낮은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냈다. 넥센은 7-6 승리로 시즌 첫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박정음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9회초 들어가기 전 심재학 타격코치에게 물었더니 정음이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했다. 경기는 못나가도 타격 연습 때 감이 좋았다고 해 믿고 내보냈다. 정음이가 쳐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환히 웃었다.
심 코치는 "정음이는 마무리 훈련 때부터 아무 불만 없이 가장 열심히 훈련을 따라와준 선수다. 웨이트를 하고 타격폼을 바꿀 때도 군말 없이 정말 성실하게 했다. 가장 훈련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는 선수라 (9회 타격을) 맡겼는데 쳐줘서 지도자로서 그 순간이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끝내기 승리의 주인공 박정음은 "저는 대주자로 나가기 때문에 저한테 이런 찬스가 올지는 몰랐다.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지만 배팅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감은 괜찮은 편이었다. 겨울 동안 웨이트도 열심히 했다. 타석에서 직구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노려 쳤는데 끝내기가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2011년 신인인 박정음은 2014년 말 상무에서 제대하고 팀에 복귀하며 빠른 발과 타격 센스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지난해 4월 퓨처스 경기 중 손바닥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1군 콜업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노력한 박정음. 그리고 그 모습을 알아본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만든 8일 짜릿한 승리였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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