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는 스타로 먹고 산다. 그리고 그 스타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SK의 ‘착한 에이스’ 김광현(28)은 얼마 전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 김광현은 감사한다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팬들은 김광현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많은 말은 없었지만 마음으로 통했다.
지난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대회의실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김광현이 마련한 ‘글러브 이벤트’에 참여한 팬들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4월 24일 인천 NC전에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평소 사회 환원에 대한 생각이 강했던 김광현은 ‘100승’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맞이해 자신의 생각을 실천했다. 글러브 이벤트도 그 중 하나였다.
김광현은 특별 제작된 29개의 글러브를 자비로 마련, 기부 행사를 위한 이벤트를 벌였다. 이미 5000만 원의 사비를 내놓기로 결정한 김광현은 이 글러브 수익금까지 더해 지역 야구 꿈나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쓴다는 계획이었다. 5000만 원도 큰 돈이었지만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 속에 나온 이벤트였다.

원가만 80만 원에 가까운 글러브는 100만 원에 판매됐다. 그러나 판매 개시 1분 만에 김광현 자신이 쓰고 있는 1번 글러브를 제외한 나머지 28개가 모두 판매됐다. 고가라 걱정을 했지만 김광현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팬들의 성원이 뜨거웠다. 이에 김광현은 감사 자리를 마련하고자 이날 글러브를 구매한 팬들을 모두 경기장에 초대했다. 김광현은 팬들의 애장품에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 촬영도 함께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광현은 사인회가 모두 끝난 뒤 직접 단상에 서 좌중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광현은 “이번 행사에 동참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 이런 행사를 자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팬들도 ‘에이스’의 선행에 뿌듯해하며 박수를 쳤다. 김광현은 이날 이 행사 외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직접 떡을 나눠주며 팬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했다.
김광현은 행사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았다. 김광현은 “너무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이게 참 어려운 일인데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앞으로 더 좋은 기록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팬들의 사랑도 뜨거웠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에 첫 차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하신 분도 계시더라”라고 놀라워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팬은 “SK의 상징적 선수다. 우리는 김광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감사한다”라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기꺼이 동참했다. 앞으로 건강하게 뛰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수로 오래오래 SK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구단이 준비한 100승 기념물도 거의 다 팔려 나갔다. 구단도 이번 김광현의 100승 기념 행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전에 부모님을 직접 섭외해 영상을 제작했고 김광현의 1승부터 100승까지의 여정이 담긴 앨범을 제작했다. 판매용도 아닌데 사진을 구하는 데만 오랜 노력과 비용을 마다하지 않았다. 3권을 제작해 한 권은 김광현에게, 한 권은 김광현의 부모님에게 드렸고 한 권은 구단 사료용으로 보관할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팀 프랜차이즈 역사에 남을 만한 상징적인 선수다. SK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아닌가. 그만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역시 “많은 기념 행사를 만들어주신 구단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100승 행사에는 선수 자신과 팬, 그리고 구단까지 모두 ‘감사의 마음’으로 통하고 있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