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민의 Wizoomin] '위기를 기회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우뚝 선 마법사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6.05.10 06: 11

“절실한 선수에게는 더 기회를 주고 싶다”.
지난 겨울 kt 위즈 좌완 투수 홍성용(30)은 자비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kt로 이적했고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42경기를 소화했다. 필승조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공로를 인정받아 연봉도 3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133% 인상됐다. 지난 2005년 프로 데뷔(LG 2차 5라운드) 후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조범현 감독은 홍성용을 두고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이런 절실한 선수들에게는 더 기회를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홍성용은 일본 독립 리그를 거쳐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NC에 입단했다. 2014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 kt에선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우뚝 섰다. 올 시즌엔 데뷔 첫 승을 수확하는 등 점차 스스로 야구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홍성용 외에도 kt 유니폼을 입고 ‘제 2의 야구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포수 김종민(30)은 지난 2009년 히어로즈 육성선수로 프로에 데뷔했다. 방출된 이후에는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kt 창단 멤버로 다시 1군 무대에 도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연에 가까웠다. 포수 장성우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트레이드되면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김종민은 25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선발로는 6경기 출전했다.
그러나 올 시즌 벌써 26경기에 출전했다. 선발로는 18경기나 출전했다. 장성우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사실상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김종민은 투수들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투수들 모두 “투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준다”라고 입을 모은다. 도루 저지 능력에서도 기대 이상이다. 조 감독 역시 “이 정도로 해줄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3할5푼(20번 중 7번)의 도루 저지율. 조 감독에 의하면 포수로서 특급은 아니지만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타격에서도 발군이다. 최근 10경기서 타율 3할4푼6리(26타수 9안타) 5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 수원 한화전에서 생애 첫 1경기 3안타를 때려냈고 8일 경기에서도 3안타를 쳤다. 김종민은 하위 타순에서 꾸준히 안타를 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타율도 2할8푼8리(52타수 15안타)까지 치솟았다. 타격에서 약점이 있었지만 최근 kt 타선에서 최고의 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한 공격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게 김종민의 설명이다. 올 시즌 주연으로 우뚝 서고 있다.
외야수 전민수(27)도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4월 16일 수원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처음 1군에 등록됐다. 2009년 히어로즈 소속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온갖 부상으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직 첫 안타도 없었으나 4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대타로 거침없는 활약을 펼쳤다. 타석에 설 때마다 결정타를 때려냈다. 프로 데뷔 8년 만의 최고의 활약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kt는 시즌 전까지만 해도 외야진에서 새로 가세한 이진영, 유한준에 하준호, 오정복 등 치열한 내부 경쟁이 펼쳐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민수는 1군 전력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타로 눈도장을 찍었고 유한준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6~8일 수원 한화전에서 13타수 5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빈자리를 확실히 메우고 하위 타순의 활력소로 뜨고 있다.
kt는 시즌 초부터 잇따른 부상 악재로 주춤했다. 그러나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며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조연에 머물렀던 선수들이 주연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절실함으로 무장한 그들이기에 최근 활약이 더 눈에 띈다. 1군에서 이들의 활약은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kt 담당기자 krsumi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