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정복한 체조요정이 리우를 바라보고 있다.
손연재는 10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6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 마지막 날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18.600), 볼(18.600점), 곤봉(18.550) 리본(18.700) 전 종목에 걸쳐 금메달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전날 마무리 된 개인종합에서 후프(18.450), 볼(18.500), 곤봉(18.600), 리본(18.200)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총점 73.750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손연재는 아시아선수권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모두 독차지하며 아시아 최강자의 위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아시아에서 올라갈 곳이 없는 손연재
그야말로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 손연재는 3일에 걸쳐 실시된 8번의 연기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손연재는 개인종합에서 총점 73.750을 받아 2위 엘리자베타 나자렌코바(우즈베키스탄, 71.450)와 3위 사치나 아시바예바(카자흐스탄, 70.500)를 멀찌감치 제쳤다. 네 종목을 하루에 치르는 종목별 결선에서도 손연재는 전 종목에서 18.550을 돌파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손연재는 2013년 역시 타슈켄트서 개최된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충북 제천에서 개최된 대회서는 개인종합 2연패를 차지했다. 손연재는 후프와 볼에서도 우승해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리본은 동메달에 그쳤고, 실수가 나온 곤봉은 유일하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손연재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 라이벌들이 치고 올라갈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8번의 연기에서 모두 18점대를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3연패에 5관왕 싹쓸이다. 아시아 무대가 너무나 좁아 보이는 손연재다. 다시 한 번 아시아 최강을 확인한 손연재는 이제 당당히 리우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전 종목 18점 중반대 연기, 안정적 연기력
지난해만 하더라도 손연재는 18점대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프로그램 자체의 난이도도 다소 낮았고, 연기마다 크고 작은 실수가 나와 감점의 원인이 됐다. 손연재는 올 시즌 난이도를 끌어올린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어진데다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에는 손연재의 생각만큼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았다.
손연재는 지난 2월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에서 후프(18.066점), 볼(18.366점) 곤봉(18.366점), 리본(18.166점)을 더한 총점 72.964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 18.283점(2위), 볼 18.383점(3위), 곤봉 18.250점(4위), 리본 18.133점(3위)을 받은 손연재는 세 개의 메달을 추가했다.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서 전 종목에서 18점대 점수를 받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손연재는 에스포 월드컵 개인종합 은메달, 리스본 월드컵 종목별 결선서 후프(18.500) 동메달, 볼(18.550) 은메달, 곤봉(18.550) 은메달로 잇따라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했다.

최강자들이 모두 나온 지난 4월 페사로 월드컵은 손연재가 자신감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손연재는 세계랭킹 1위 야나 쿠드랍체바(러시아, 총점 76.450), 마르가리타 마문(러시아, 75.900),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74.550)에 이어 73.900으로 개인종합 4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에서 실제 메달을 다툴 최강자들 못지않은 실력을 뽐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올 시즌 손연재는 대회를 거듭할 수록 안정적 연기로 18점대를 초월해 18점대 중반을 찍고 있다. 네 종목 중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곤봉과 리본에서도 큰 실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손연재가 지금처럼 안정적인 연기를 이어간다면 리우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전혀 꿈은 아니다.
▲ ‘베테랑’ 손연재, 마지막 불꽃을 기대
한국나이로 23세인 손연재는 아직 앳된 얼굴이다. 하지만 리듬체조계에서는 ‘백전노장’에 속한다. 마지막 올림픽에 참가하는 손연재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 비해 몰라보게 성숙해진 손연재는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2015 제천 아시아선수권, 2015 독일 세계선수권 등 굵직한 대회를 연달아 치러낸 그다. 심리적 중압감을 이겨내는 노련함도 4년 전과는 몰라보게 발전된 모습이다.
그간 한국리듬체조에 여러 걸출한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를 정복하고 올림픽에서 진지하게 메달을 노리는 선수는 손연재가 처음이다. ‘개척자’인 손연재의 도전이 바로 한국리듬체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손연재는 “결과에 상관없이 정말 후회 없는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며 리우를 바라보고 있다. 손연재는 컨디션 조절 및 체력 안배를 위해 다음 대회인 벨라루스 월드컵을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제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모든 초점을 맞출 때다. 손연재의 도전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길 온 국민이 다 같이 응원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