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최단 경기 10홈런
초구 홈런 7개, 방망이 자신감 붙었다
김재환(28·두산)은 10일 현재 아직 KBO 리그 타자 부문 순위표에 이름이 없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올해 21경기에서 69타석을 소화했다. 아직 규정타석까지는 20타석 이상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홈런 부문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재환은 1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8회 역전 투런포, 9회 쐐기 투런포를 연달아 쏘아 올리며 팀의 11-7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홈런은 김재환의 시즌 9·10호 홈런이었다.
이로써 김재환은 올 시즌 리그 타자 중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로 기록됐다. 또한 개인 첫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6.9타석당 하나의 홈런을 치고 있다. 엄청난 페이스다. 홈런 2위 루이스 히메네스(LG·9개)는 13.4타석당 한 개, 공동 3위인 최형우(삼성)는 17.3타석, 정의윤(SK)은 18.1타석당 하나의 홈런을 치고 있음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KBO 리그의 역사를 살펴봐도 김재환의 홈런 페이스는 돋보인다. 역대 최단 경기 10홈런 선점 기록은 2004년 박경완 현 SK 배터리코치(당시 현대)가 가지고 있다. 당시 박경완은 개인 12경기, 팀 12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을 쳤다. 4월 16일에 10홈런 고지에 도달했고 31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2위 기록은 1990년 이만수 현 KBO 육성부위원장(당시 삼성)이 기록한 19경기(팀 19경기)다. 3위 기록은 2002년 송지만 넥센 코치(당시 한화)가 기록한 20경기다. 개인 21경기만에 10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은 역대 네 번째로 빠르다. 앞선 세 선수는 당시 팀의 확고한 주전 선수였다는 점에서 김재환과는 또 다른 점이 있다. 김재환의 홈런 페이스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0개의 홈런을 분석하면 순도도 높았다. 솔로홈런은 3개 뿐이었다. 만루포 한 방을 포함, 3점 홈런과 2점 홈런을 세 차례씩 기록했다. 동점 상황에서 팀의 리드를 이끄는 홈런이 두 개였고, 동점을 만드는 홈런이 하나, 역전 홈런이 하나였다. 10개 중 6개가 3점차 이내의 비교적 팽팽한 상황에서 나왔다.
김재환은 비결로 ‘자신감’을 뽑는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적극적인 타격을 하려는 게 약간의 운과 만나 좋은 홈런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재환은 올 시즌 홈런 10개 중 초구 홈런이 7개나 된다.
아직 규정타석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타율도 4할1푼3리로 고공비행이다. 총 26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15개에 이르러 장타율은 0.968이다.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장타율 1위가 최형우(삼성)의 0.652임을 감안하면 김재환의 장타력은 단연 돋보인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던 김재환이 올 시즌에는 알을 완전히 깨고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