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타점 선착’ 누가 4번 정의윤을 의심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12 06: 17

34G 40타점, 19G 연속안타-타점 1위 질주
물음표 완전히 지워… 내친 김에 최고 4번?
정의윤(30·SK)은 지난해 SK가 내린 결정 중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영입돼 그 후로만 14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팀의 반등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잘 치던 타자들도 유독 4번에만 가면 힘을 쓰지 못했던 SK에서 ‘4번 체질’ 정의윤의 활약은 단순한 ‘14홈런’ 이상의 가치였다. 올해 김용희 SK 감독의 타순 구상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박힌 선수들도 3번 최정, 4번 정의윤이었다. 믿음은 확고했다. 그러나 “한 시즌을 모두 지켜봐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정의윤은 ‘풀타임 4번’의 경험이 없었다.
스스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런 시선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잘 됐나”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단발적 이벤트가 될까봐 걱정도 했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따뜻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신진급 선수 위주였던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에 참가해 땀을 흘렸다. 올해 플로리다 1차 캠프 때도 연습량은 단연 최고였다. 체력이 떨어질까봐 코치들이 뜯어 말릴 정도였다. 그 노력의 결실은 달콤하다.
정의윤은 1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8회 적시타를 치며 시즌 40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자신과 팀의 34번째 경기에서 올 시즌 리그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먼저 40타점 고지를 밟았다. 40타점은커녕 3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도 최형우(삼성·31타점) 뿐이다. 정의윤의 타점 페이스는 독보적이다.
기본적으로 타격감이 좋다. 34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를 기록 중이다. 정규시즌에 들어서는 특별한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멀티히트 경기도 15번이나 된다. 최근에는 더 좋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4할4푼2리다. 1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항상 자신의 타격감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곤 했던 정의윤도 요즘에는 “감이 괜찮다”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적시에 터지는 홈런도 8개다. 영양가 만점이다. SK는 정의윤이 홈런을 친 경기에서 딱 1번을 졌다. 가고시마 캠프 당시 집중적으로 훈련했던 우익수 수비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여기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까지 보여주니 팀으로서는 복덩이가 따로 없다. 정의윤의 앞뒤에서 도와줄 동료들의 상대적 부진이 아쉬울 뿐이다.
김용희 감독도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경향은 있다”라고 하면서도 “지난해 문제였던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 어려운 타이밍에서도 힘을 빼고 갖다 맞히며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라며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정의윤을 반겼다. 강한 집중력,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투지도 정의윤을 빛나게 한다.
물론 시즌을 치르면서 슬럼프 한 번 없기는 힘들다. 그러나 시즌의 25%가 지난 지금, ‘4번 정의윤’의 진면모를 의심할 자는 이제 없다고 봐도 된다.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지워낸 것이 첫 단계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최고 4번이 될 두 번째 단계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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