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8·SK)과 장원준(31·두산)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들이다. 꾸준하게 활약하며 지난 4월 24일에는 3시간 시차를 두고 나란히 통산 100승을 밟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이런 두 투수가 12일 인천에서 맞붙었다. 4연패 뒤 2연승으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예약한 두산은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인 장원준을 앞세워 내심 싹쓸이를 노리고 있었다. 선두를 굳힐 좋은 기회였다. 반면 올 시즌 두 번째 3연패에 빠지며 4위로 내려 앉은 SK는 올 시즌 첫 싹쓸이 패배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했다.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시리즈를 다 내주면 분위기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었다.
올 시즌 나란히 4승씩을 기록하고 있었던 두 투수의 5승 도전기였고 기록도 달렸다. 장원준은 SK전 9연승이었고 반면 김광현은 두산전 3연패였다. 한 명은 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한 명은 악연을 끊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두 선수는 오랜 기간 KBO 리그에서 활약했지만 그에 비하면 맞대결은 세 차례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 세 차례 맞대결에서는 김광현이 2승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2007년 10월 13일 사직 경기에서 김광현은 7이닝 1실점으로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장원준(7이닝 3실점)과 투수전 끝에 승리했다. 2010년 5월 30일 문학 경기에서도 5⅔이닝 2실점을 기록한 김광현이 4이닝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진 장원준에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직전 맞대결이었던 2015년 10월 1일 인천 경기에서는 김광현이 7⅔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음에도 5이닝 1실점으로 SK 타선을 막은 장원준에 막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나란히 '100승' 호칭을 달고 첫 번째로 만난 이날 통산 네 번째 맞대결은, 두 투수 모두 고전한 끝에 결국 김광현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사실 두 투수 모두 좋은 흐름은 아니었다. 장원준은 6이닝 동안 8개, 김광현도 7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베스트 피칭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실점을 관리하는 능력은 역시 에이스급 투수다웠다. 장원준은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앞세웠고 김광현은 힘으로 두산 타자들과 정면승부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두산 타선이 2회 2루타 두 방을 앞세워 먼저 2점을 냈지만 에이스 사수 작전에 나선 SK는 2회 최승준의 솔로홈런, 3회 정의윤의 투런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버티기 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김광현이 3회 무사 1,3루 위기를 잘 넘긴 것에 비해, 장원준은 5회 에반스의 실책에서 시작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아쉽게 추가 실점했다. 이재원 타석에서 나온 폭투와 볼넷도 아쉬웠다.
투구수가 불어난 장원준은 6이닝 동안 4실점(3자책점)에 그쳐 7이닝 2실점으로 버틴 김광현이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김광현은 장원준과의 상대 전적에서 3승을 기록하며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원준도 SK에 강한 면모를 보인 만큼 설욕의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