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두 선수의 모습은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오재원(두산)은 재치있는 트릭 플레이를 선보였고, 최정은 저돌적인 주루와 결정적인 홈런으로 부끄러움을 만회했다.
김광현(SK)과 장원준(두산)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좌완들이 맞붙은 12일 인천 두산-SK전에서는 5회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두산이 2점을 먼저 냈으나 SK가 2회 최승준의 솔로포, 3회 정의윤의 투런포로 역전을 시킨 상황이었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선 최정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구르는 땅볼을 쳤으나 두산 1루수 에반스의 실책으로 살아나갔다.
그 다음 장면이 재밌었다. 정의윤의 타석 때 런앤히트 작전이 걸렸고 최정은 2루로 뛰기 시작했다. 이에 정의윤은 밀어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좋은 타구를 보냈다. 여기서 오재원의 재기가 빛났다. 최정의 타구판단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마치 직선타로 처리된 듯 더블 플레이로 이어가려는 모션을 취한 것이다.

최정이 미리 스타트를 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무난히 3루까지 들어갈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의 이런 속임 동작을 본 최정은 2루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주루 플레이를 할 수는 없었다. 오재원의 오스카상급 연기가 최정의 진루를 막은 셈이 됐다.
하지만 최정은 곧바로 반격했다. 이재원의 타석에서 SK는 점수의 중요성을 감안한 탓인지 희생번트 작전을 냈다. 그러나 이재원이 두 번의 기회에서 모두 실패,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장원준의 폭투가 나왔다. 멀리 튀지는 않았으나 최정은 방금 전 실수를 만회하려고 하는 듯 3루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이밍상으로는 아슬아슬했지만 김병주 3루심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두산 3루수 허경민이 심판합의판정을 요구했으나 느린 그림으로도 최정의 발이 좀 더 빨랐다. 이에 타석의 이재원은 한숨을 돌렸고 결국 볼넷으로 나가 무사 만루를 만들 수 있었다.
두산은 고메즈의 좌익수 옆 2루타 코스성 타구를 3루수 허경민이 직선타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결국 최승준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고 이날 분수령이 된 실점을 허용했다. 물론 중간에 폭투가 끼어 있어 가정은 불필요해졌다. 다만 두 선수의 정상급 판단력과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최정은 4-2로 앞선 7회 결정적인 홈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