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NC전 교체 때 진한 아쉬움 표현
첫 승 조바심보다는 볼넷 허용에 자책
"저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한화 우완 투수 이태양(27)은 지난 11일 대전 NC전에서 4-1로 리드한 5회 무사 1·3루 위기에서 교체됐다. 선발승 요건까지 1이닝만 남겨둔 상황에서 투구수는 76개. 이태양은 마운드를 내려가며 아쉬워했고, 글러브로 얼굴을 감싼 채 표정을 감췄다. 평소 그답지 않은 표현으로 복귀 첫 승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때보다 커보였다.
이튿날 만난 이태양은 "선두타자(김준완)에게 볼넷을 내준 게 컸다. 그것 때문에 승리를 하지 못했다. 아쉬움을 많이 표현한 것도 볼넷을 준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그런 것이었다"며 "하루 지나니 괜찮다. 항상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이 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복귀 후 가장 만은 볼넷 4개를 내줬고, 투구수 증가와 함께 첫 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지난해 4월28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1년이 조금 안 된 3월 시범경기부터 실전 투구를 시작한 이태양은 지난달 23일부터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4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6.08. 아직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11일 NC전에 구속이 최고 144km까지 오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양은 "구속은 의식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계속 던지다 보니 몸의 회전이나 팔이 넘어오는 것이 좋아졌다. 통증이 없기 때문에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좋을 때와 비교해 "80% 이상 되는 것 같다. 아프지 않고 던지고 있으니 100%로 볼 수도 있겠다"고 더 이상 통증이 없는 것에 만족해했다.

그래도 아직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조심스럽게 관리 중이다. 김성근 감독의 부재로 팀을 이끌고 있는 김광수 수석코치는 "이태양은 무리시키면 안 된다. 투구수 70개 정도에서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며 당장 눈앞의 선발 승리보다는 부상재발 없이 계속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태양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연습 투구는 100개 넘게 던졌지만 경기는 또 다르다. 따로 투구수 제한은 없지만 코칭스태프에서 어느 정도 던지면 관리를 해주신다. 감사하다"며 "형들이나 선배 투수들이 매일 불펜에서 대기하며 고생하시는데 5일에 한 번 나가는 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과 팀의 승리를 위한 답은 결국 이닝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그는 "승리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게 우선인데 5회 이상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투구수 조절을 위해서라도 볼넷을 줄여야 한다. 정민태 코치님께서도 차라리 맞으라고 하신다"고 했다.
복귀 후 대량 실점으로 쉽게 무너진 경기는 없다. 2014년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가닥이 아직 남은 이태양이다. 지금의 순조로운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이태양에게 승리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