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5월 12일 현재 2할6푼3리의 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리그 9위다. 마운드는 더 심각하다. 6.65의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최하위다. 그런데 더 심각한 부분이 있다. 바로 수비다.
한화는 올 시즌 첫 32경기에서 43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수비율은 9할6푼4리다. 리그에서 가장 실책이 적은 팀은 삼성으로 33경기에서 16개를 기록 중이다. 한화는 삼성보다 1경기를 덜 치르면서도 정확히 2.68배 더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한화의 올 시즌 총 실점은 238점이지만, 자책점은 209점으로 29점이나 차이가 난다. 이 차이의 리그 평균은 17점이다. 가뜩이나 극한 직업인 한화 투수들의 어깨는 더 처진다.
실책이 꼭 그 팀의 수비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적극적인 수비를 하려다 실책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책 기록과 수비율의 맹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기록인 수비효율(DER, 인플레이타구의 아웃 연결 비율을 측정)을 보면 어떨까. 한화는 60.8%로 역시 꼴찌다. SK가 리그 실책 2위를 기록하고도 DER 1위(69%)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한화의 수비는 분명 행복하지 않다.

부끄러움은 단순히 올 시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 2016년의 한화는 KBO 리그 역사상에서도 가장 수비를 못하는 팀 중 하나다. 한화는 12일까지 경기당 1.34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경기당 실책이 가장 많았던 팀은 1982년의 삼미로 1.46개였다. 3위는 1982년 MBC로 1.31개다. 한화는 그 사이에 있다.
경기당 팀 실책이 1개를 넘어가는 것은 프로야구 초창기 때나 있었던 일이다. 아직 실업야구, 아마야구의 티를 벗지 못했을 때다. 실제 ‘스포츠투아이’의 통계를 보면 역대 경기당 실책 1~10위 팀은 올해 한화를 제외하면 모두 1982~1984년에 몰려 있다. 문제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1980년대 프로 생활을 했던 한 지도자는 “당시는 지금보다 수비 기본기가 많이 약했다. 제대로 된 수비 포메이션을 가르치는 팀도 거의 없었다. 솔직히 공격과 투구에 비해, 수비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다”라면서 “요즘 타구 속도가 빨라져 수비가 더 어려워진 것은 맞다. 하지만 수비 기술과 포메이션, 경기장 사정과 선수들의 신체적 능력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올해 한화의 실책 수치는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른바 하위권 암흑기를 거친 한화는 매년 수비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특히 2015년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수비 훈련 강도는 화제를 모았다. 선수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지옥 펑고로 유명한 김 감독은 지난해 시즌 중까지 특별 수비 훈련을 실시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훈련의 일환이라는 옹호론, 체력적인 낭비라는 비판론이 맞부딪혔다.
그럼에도 오히려 수비력은 오히려 그래프가 꺾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전이라고 할 수 있는 2013년 한화의 수비율은 9할8푼4리로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2014년에는 9할7푼7리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지금처럼 압도적인 꼴찌는 아니었다. 지난해 9할8푼1리로 조금 올랐지만 오히려 2013년 수준보다 못했고 올해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성적도 같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실책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중요한 순간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용에도 악영향이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투수의 집중력은 떨어진다. 내색하지 않아도 투수와 팬들의 불쾌지수는 치솟는다. 야수들도 다음 공격에서 진이 빠진다. 다음 플레이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종양도 이런 악성 종양이 없다. 한화는 그 암덩어리를 가장 크게 안은 채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이런 저런 사정에 훈련량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잖은 관계자들은 “지난해 강훈련 때부터 ‘30대 이상의 주전급 선수들은 신체적 노쇠화가 빨라지고 부상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즌 중에 기술이나 팀 수비 전술이 확 달라지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한 해설위원은 “선수들끼리 의기투합한다고 단번에 안정을 찾지는 못한다. 흔히 말하는 멘탈은 단순한 ‘사기’와는 다른 문제다”라면서 “코칭스태프가 선수단을 얼마나 빨리 안정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선수들이 위축되어 있으면 안 된다. 한화는 어차피 수비가 강한 라인업을 구성하지 못한다. 실책은 계속 나올 것이다. 다만 집중력을 가지고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역대 팀 경기당 최다 실책 10위는 1984년의 해태로 경기당 1.08개(100경기/108개)였다. 과연 한화는 이 불명예스러운 순위에서 ‘TOP 10’ 밖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 한화의 반등과 밀접히 관련된 솔직한 숫자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