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보다 큰 옵션, 당초 기대치부터 낮아
타이트한 등판일정, 제구 난조+구위 하락
한화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가 올 시즌에도 반복되고 있다. 알렉스 마에스트리(31)가 제구 난조에 구위 하락 현상까지 보이며 실패작이 된 분위기다.

마에스트리는 지난 12일 대전 NC전에서 0-1로 뒤진 5회 2사 1·2루 위기에서 깜짝 등판했다. 시즌 첫 구원 투입. 그러나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안타 2개, 볼넷 3개에 폭투 1개로 무너졌다. 앞선 투수들의 승계주자 2명에 추가로 3실점까지 허용했다.
이날까지 마에스트리의 올 시즌 성적은 8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9.00. 평균자책점은 전체 외국인 투수 중 LG 스캇 코프랜드(9.95) 다음으로 높다. 한화가 기록한 2번의 선발승과 퀄리티 스타트 모두 마에스트리가 해냈지만 그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은 25.20. 선발이 안 되자 구원으로 깜짝 투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마에스트리는 시범경기가 진행 중이던 지난 3월15일 한화와 총액 5000만엔에 계약했다. 연봉(2000만엔)보다 옵션(3000만엔)이 더 많은 계약조건에서 나타나듯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보험용 영입의 강했다. 당초 영입 리스트에 올랐던 선수들을 잡지 못하며 시즌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더는 늦출 수 없었던 한화의 임시방편에 가까웠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가와지리 데쓰로가 일본 시절 마에스트리를 직접 지켜본 인연을 바탕으로 김성근 감독에게 추천했다. 시즌 초반 보여준 마에스트리의 투구는 외국인 최저 몸값인 것을 감안할 때 괜찮았다. 볼끝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과 각도 큰 커브가 주무기로 통하며 두 번의 선발승을 따냈다.

그러나 갈수록 힘이 떨어졌다. 선발진이 무너진 팀 사정상 개막 후 3연속 4일 휴식 등판으로 타이트한 일정이 계속되자 구속이 떨어졌다. 올해 마에스트리는 4일 휴식 선발이 총 4번으로 리그에서 최다인데 그 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9.42로 부진했다. 일본에서 최근 3년간 구원으로 던진 투수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 143.4km로 빨랐던 마에스트리의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어느새 141.2km로 하락했다. 가뜩이나 제구가 안 좋은 투수가 구위마저 떨어지니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마에스트리는 28이닝 동안 볼넷이 30개에 달한다. 패스트볼 피안타율도 3할6푼6리로 제구와 구위 모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빨리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공이 빗나간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선수도 "갖고 있는 건 나쁘지 않은데 활용을 못한다. 소심한 부분도 조금 있다"고 아쉬워했다. 투수 출신의 해설위원도 "지금으로서는 큰 장점이 없는 투수다. 한화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마에스트리를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초부터 기대치가 높지 않았고, 타이트한 등판 일정까지 불운으로 작용했다. 벼랑 끝에 선 마에스트리의 입지가 위태롭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