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4) 한화 이글스 감독의 선수 욕심은 잘 알려져 있는 터. 지난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고 현재 입원 가료중인 김 감독은 12일 두산 베어스가 노경은(32) 투수를 KBO에 임의탈퇴선수로 공시요청을 한 것과 관련, 입맛을 다셨다.
김 감독은 “(두산 구단이) 한화를 포함 여러 구단에 트레이드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로선 필요한 선수이긴 한데 마땅한 카드가 없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노경은의 트레이드설은 김태룡 두산 단장도 시인한 부분이다. “구단들에 의사를 타진했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투수 8명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시즌을 시작했다. (만약 노경은을 데려온다면) 우리 투수들이 쉴 틈을 가질 수 있다”며 “서동욱처럼 되면 좋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서동욱이 넥센 히어로즈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사례를 두고 한 말이었다. 바꾸어 얘기하자면,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선수 간 트레이드 조건을 달아서는 힘들다는 의사였다.
두산의 제5선발로 올 시즌을 시작했던 노경은은 3게임 선발 등판에서 부진을 거듭해 지난 4월 22일 2군행을 통보받자 그에 반발, 팀 퓨처스리그 합류를 거부하고 2주일가량 사실상 팀을 떠났다. 이유 없는(?) 훈련 불참은 명백한 징계사유이다.
두산 구단은 그동안 노경은을 설득했으나 “두산에서 야구를 하기 싫다”는 대답을 듣고는 트레이드 타진 과정을 거쳐 5월 10일 KBO에 임의탈퇴 요청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전말은 두산 구단이 매스컴에 이미 밝힌 것으로 ‘노경은 전격 은퇴’로 아퀴 지었다.
노경은의 선수생활 포기 의사, 엄밀하게는 두산을 떠나 다른 구단에서 뛰고 싶다는 뜻은 현실적인 벽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두산구단이 임의탈퇴로 선수를 묶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처사로 아쉬움이 남는다.

‘노경은 사태’는 KBO가 당사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노경은이“구단과 좀 더 상의하고 싶다. 공시요청을 보류해 달라”고 하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13일 “구단은 선수 자필 사퇴서가 첨부된 임의탈퇴 요청서를 5월 10일에 접수했다. 통상 3일 정도면 서류 처리를 해야 하지만 KBO로선 선수 본인 의사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11일에야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정 부장은 “자필 여부를 시인했지만 (노경은이) 두산하고 상의할 게 있다고 해 오래 기다릴 수 없으니 상의 후 빨리 연락을 달라고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정 부장은 “트레이드 문제는 KBO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다만 한시적이든 장기간이든 선수생명이 걸린 문제여서 시간을 준 것”이라며 “KBO가 두산과 선수의 상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정리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구단이 임의탈퇴를 요청한 뒤 철회한 사례는 아직 없다. KBO도 그 때문에 급작스런 상황 반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규약에 임의탈퇴 철회와 관련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쉬운 부분은 아니다. 다만 선수생명과 연결되는 일이어서 긍정적인 검토는 필요하다. 임의탈퇴가 공시되면 ‘복귀조건부’이기 때문에 노경은의 경우 1년 뒤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두산 선수이다”고 명확히 했다.
주전급 선수가 구단의 처사에 반발,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사례는 많다. 하지만 이번 노경은 사태 같은 사례는 아직 없었다. 설사 2군행이 불만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라도 일단 선수단에 합류해 정상적인 훈련과 출전 등을 소화하면서 순리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노경은의 행위는 이유야 어찌됐든 프로선수로서 성숙한 태도는 아니다. 임의탈퇴가 공시되면 구단으로서도 자원 손실이겠지만, 선수도 돈과 명예를 잃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도 저도 싫다면 하는 수 없겠지만. 스님도 절이 싫으면 떠나가면 그만이기는 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