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우·이준형, LG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5.14 05: 50

LG, 마무리 임정우·선발 이준형 꾸준히 향상
마운드 고전 속에서도 큰 희망 제시...둘의 성장이 현재와 미래 좌우
LG 트윈스의 두 영건이 희망을 키우고 있다. 임정우(25)와 이준형(23)이 각각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로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그동안 LG가 좀처럼 육성하지 못했던 두 자리에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나려 한다. 

LG는 21세기 들어 신예육성에 고전하고 있다. 특히 투수 쪽이 심각하다. 먼저 선발진을 보면, 지난 15년 동안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달성한 토종 선발투수는 봉중근과 우규민 밖에 없다. 그런데 봉중근은 미국에서 프로 경력을 쌓은 뒤 LG에 왔다. 우규민도 불펜투수로 뛰다가 경찰청 군복무를 통해 선발투수로 올라섰다.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봉중근과 우규민은 LG가 육성한 선발투수라고 보기 힘들다. 2013시즌부터 선발진에 자리하고 있는 류제국 또한 봉중근처럼 미국에서 프로를 경험한 후 LG 유니폼을 입었다. 박명환을 FA로 영입했으나, 박병환은 4년 계약 중 단 1년만 기대를 충족시켰다.
마무리투수는 더 참담하다. 은퇴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이상훈 이후 봉중근 한 명만 제대로 된 마무리투수였다. 진필중을 FA로 영입했으나 이는 박명환 FA 영입보다 더 잔인한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새로운 마무리투수를 내세우는 2016시즌은 LG에 있어 거대한 도전이었다. 이상훈 이후 성공적으로 육성한 마무리투수가 전무했기에 더 그랬다. LG가 과연 21세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무리투수를 키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가득 담아 LG를 바라봤는데, 그 물음표들은 임정우로 인해 느낌표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LG는 임정우의 보직을 두고 장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지명했던 2011년 겨울에는 임정우를 미래의 선발투수로 봤다. 하지만 임정우는 불펜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고, 스스로도 불펜투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2015시즌 전반기까지도 임정우의 선발투수 기용이 이뤄졌는데, 이러한 경험이 마무리투수가 된 임정우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임정우는 지난 13일 잠실 SK전에서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를 달성, 시즌 6세이브를 올리며 이 부문 리그 5위에 자리하고 있다. 8회초 1사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9회초까지 SK 중심타선에 맞서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140km 후반대의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세이브를 만들었다. 
임정우는 “마무리투수로서 긴이닝과 많은 투구수를 소화했지만,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다. 아무래도 이전에 선발투수와 롱릴리프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본 경험들이 지금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정우를 8회부터 쓰는 상황은 될 수 있으면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일단 체력적으로는 정우가 8회에 나오는 게 큰 문제는 없다. 정우는 기본적으로 투구수 50개까지 가능한 투수다”고 밝혔다. 
현재 LG는 불펜진의 큰 형이자 셋업맨 이동현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다. 이날 임정우가 8회에 등판한 것도 이동현의 부재 때문이었다. 이렇게 불펜진 전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임정우가 영웅으로 떠오른 것이다. 임정우는 “8회에 올라왔을 때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이었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 해야만 한다면 내가 해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동현이형이 빠져서 불펜진이 힘든 상태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지금 좀 더 길게 던지면 나중에 동현이형이 돌아왔을 때 동현이형과 다른 불펜투수들이 내 앞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내야하는 일은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투수 육성 또한 이준형이 새로운 해답이 되려고 한다. 지난해 4월 트레이드를 통해 kt서 LG로 이적한 이준형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올 시즌 5선발로 자리 잡았다. 양상문 감독은 “처음 준형이를 데려왔을 때 1군 선발투수로 올라서기까지 2, 3년은 필요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성장세가 굉장히 가파르다. 제구만 봐도, 이전보다 훨씬 던지는 구역이 작아졌다. 이렇게 빠르게 제구가 잡히는 게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우리도 놀라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자신감이 붙으면 구속도 3, 4km 더 나올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이준형은 선발 등판이 반복될수록 구위와 구속이 상승궤도를 그리고 있다. 지난 12일 잠실 삼성전에선 꾸준히 140km 이상의 패스트볼을 구사했고, 최고구속은 146km를 찍었다. 지난해만 해도 이준형의 패스트볼 구속은 140km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 또한 예리하게 이뤄지면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그러면서 이준형은 올 시즌 6번의 선발 등판 중 세 차례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 4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선 통산 첫 선발승도 올렸다. 2015시즌에는 선발 등판한 두 경기서 2이닝도 채우지 못했었다.
이준형은 “계속 선발투수로 등판하면서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점점 더 편안한 마음이 든다. 구속이 올라간 것도 자신감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컨디션도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올라오고 있다”며 “제구도 작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그런데 솔직히 작년과 똑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이준형은 “선배님들이 정말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우)규민이형이 항상 옆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신)승현 선배님과 (이)동현 선배님의 조언도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와인드업시 시간차를 두는 것도 규민이형과 정우형의 조언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투구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왼쪽 다리를 내딛는 과정에 변화를 주고 있다. 확실히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용이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이준형은 “아직도 불안한 부분이 있다. 어머니가 주자 나가고 내가 위기에 놓이면 TV를 잘 못 보신다. 작년보다는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많이 안정됐지만 만족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어머니가 편안하게 TV 보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LG는 5월 들어 마운드가 급격히 내려앉으며 올 시즌 첫 번째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일단 팀 평균자책점부터 5.68로 리그 9위다. 선발진이 5.68로 7위, 불펜진은 5.69로 9위다. 2013시즌을 기점으로 LG는 마운드에 있어선 상위권에 자리해왔다. 그만큼 충격적인 기록이다. 결국 LG가 올라서려면 기존 투수들은 물론, 임정우와 이준형의 성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위기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두 희망에 LG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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