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판 메이더 더비이자 4호선 더비의 첫 대결서 안산 무궁화와 FC안양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 구단주인 제종길 안산 시장과 동갑내기인 이필운 안양 시장도 웃고 울었다.
안산은 14일 오후 안산 와 스타디움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6 10라운드 홈경기서 한지호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안양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안산은 이날 승리로 2연패를 끊어내며 승점 21로 선두를 질주했다. 반면 안양(승점 7)은 7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지며 8위에 머물렀다.

메이어 더비는 안산의 구단주인 제종길 안산 시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동갑내기인 이필운 안양 시장(구단주)에게 이날 결과에 따라 진 팀 구단주가 이긴 팀의 유니폼을 입고 하루 동안 집무를 보자는 제안이었다. 등번호 대신 경기결과를 새기자는 옵션도 덧붙였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신경전이 뜨거웠다. 이필운 구단주가 안산으로 유니폼을 가져가겠다며 제종길 구단주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제작한 영상을 보내 도발했다. 또한 이 구단주는 대규모 원정 응원단과 함께 4호선을 타고 안산으로 이동, 4호선 더비의 묘미를 살렸다.
양 팀 수장도 여느 때보다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이흥실 안산 감독은 "시장님이 다른시 팀의 유니폼을 입고 집무하는 걸 볼 수는 없다.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잘 돼 있어서 그라운드서 보여줄 것"이라며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치열한 공방전과 함께 골도 많이 나오는 박진감 있는 경기가 되어야 한다. 홈인 만큼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영민 안양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장님들이 먼저 나서주셔서 관심도가 높아졌다. 팬들도 경기장을 찾아줄 것이다. 시장님도 1천여 명의 팬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안산으로 오셨다"면서 "평소에는 선수들에게 경기 결과를 절대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날 만큼은 '이기는 경기를 하자'라고 강조했다."
전반까지는 기대 이하의 경기였다. 안산의 원사이드 게임이었다. 쉴 새 없이 슈팅을 날렸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끝내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안양은 무기력했다. 잔뜩 웅크린 채 역습을 노렸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점유율은 3-7로 밀렸고,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후반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스포츠만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후반 2분 안양이 이상우의 그림 같은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가자 안산도 10분 뒤 한지호의 기가 막힌 프리킥 동점골로 응수했다. 안산은 3분 뒤 이현승이 한지호와 절묘한 2대1 패스 뒤 역전 결승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양 팀 구단주의 희비는 시시각각 엇갈렸다. 전반까지는 안산의 일방적인 경기에 제 시장이 웃었다. 이 시장은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안양의 선제골이 터지자 입장이 바뀌었다. 이 시장의 기쁨도 잠시였다. 후반 중반 잇따라 안산의 골이 나오자 제 시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반면 이 시장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경기 후에는 아름다운 장면도 연출했다. 제 시장이 이 시장에게 유니폼을 건네며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양 팀 팬들도 인상적인 경기력과 결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골이 터질 때마다, 결정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첫 4호선 더비가 결과를 떠나 팬들의 가슴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셈이다.
챌린지판 메이어 더비의 2차전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