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꾸준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오늘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워 기쁘다".
최형우(삼성)가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최형우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10호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날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7-1로 앞선 4회 무사 1루서 롯데 선발 이성민의 4구째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비거리 125m)를 터뜨렸다. 역대 15번째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기록일지 몰라도 최형우에겐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방출과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은 최형우는 해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며 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최형우가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8년. 고난과 역경을 딛고 누구나 인정할 만큼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이기에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최형우는 늘 말한다. "퓨처스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2002년 입단한 뒤 4년간 퓨처스 생활을 했고 2년간 병역 의무를 마친 뒤 뒤늦은 나이에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으니 퓨처스 무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한 셈이다.
최형우는 "나 스스로 꾸준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오늘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워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할 예정이다.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선봉장이었고 올 시즌에도 타율 3할5푼9리(131타수 47안타) 10홈런 39타점 27득점의 불방망이를 과시 중이다.
누적 기록도 빼어나다. 현역 선수 가운데 200홈런-1000안타 고지를 밟은 선수는 이승엽(삼성), 홍성흔(두산),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이호준(NC) 등 5명. 이 가운데 출발은 가장 늦었으나 나이는 가장 어리다는 건 그만큼 최형우의 활약이 빼어났다는 의미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120억 원을 받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라는 의미다. 칭찬과 비난 모두 나의 몫이다. 실력으로 내 가치를 평가받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최형우. 현재 분위기라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