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거포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급부상한 김상호(27).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가득했다.
장충고와 고려대를 거쳐 2012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리기 시작했다. 14일 현재 타율 3할8푼1리(42타수 16안타) 2홈런 14타점의 고감도 타격을 과시 중이다. 3번 손아섭, 4번 최준석에 이어 5번 중책을 맡고 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쩌면 준비된 5번 타자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김상호는 14일 "2군 성적이 아주 좋다 보니 언젠가 1군 무대에 오르면 내 몫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게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현재의 느낌이 놓치지 않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할때마다 "퓨처스 코칭스태프에 늘 감사드린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이 가운데 훌리오 프랑코 퓨처스 타격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시범경기 때 2군에 내려왔는데 그때 상실감이 컸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걸 내려놓고 코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쫓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여쭤봤다. 언제부턴가 코치님께서 이야기하시는 게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절실해지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부분인데 내가 놓쳤던 게 많았다. 아무래도 받아 들이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
홈런왕 출신 장종훈 1군 타격 코치와 4번 최준석의 조언도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김상호는 "장종훈 코치님과 최준석 선배님께서 노림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신다. 아무래도 1군 투수의 성향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장종훈 코치님께서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무엇을 노려라고 이야기해주시는데 신기할 만큼 적중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상호는 득점 찬스에서 위축되기보다 즐기는 편이다. 두둑한 배짱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이에 "나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다. 어차피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득점 찬스에서 한 방을 때린다면 경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 생각하면 무조건 찬스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 뿐이다. 그래서 절대 쉽게 물러나면 안된다. 편하게 즐기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상무 출신 김상호는 2년간 웨이트 트레이닝 삼매경에 빠졌던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2년간 정말 열심히 했다. 롯데 복귀 후 다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하시던데 근육은 늘고 체지방은 빠져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상무는 개인 훈련 시간이 많아 열심히 했던 게 도움이 되고 있다".
롯데 팬들은 그토록 바라던 1루 거포의 등장에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김상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아직 멀었다.여전히 배고프다"고 손사래를 치며 "내가 정말 존경하는 (박)종윤이형이 오랫동안 지켰던 자리다. 나는 주전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호의 롤모델은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 체구가 큰 편은 아니지만 타격할때 임팩트 동작과 장타 생산 능력이 뛰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동영상과 기록을 찾아본단다.
조원우 감독은 김상호에 대해 "현재 팀 전력에 플러스 요소가 되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상호 역시 "당연한 말씀"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지만 야구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럴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경험해봐야 한다. 올 시즌 모든 타석이 내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김상호의 올 시즌 목표가 궁금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부상없이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유일한 목표"라며 "그렇게 된다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 온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이어 "100안타 15홈런을 달성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