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9번’ 손주인,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5.15 07: 52

타율 0.514...리그 최고 9번 타자
2군 개막 절치부심 콜업 후 맹활약
그야말로 공포의 9번 타자다. LG 트윈스 내야수 손주인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상대에 악몽을 선사하고 있다. 

숫자만 봐도 엄청나다. 손주인은 지난 4월 29일 콜업된 후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로 자리 중이다. 타율 5할1푼4리(37타수 19안타), 출루율은 5할2푼6리, 장타율은 7할5푼7리에 달한다. OPS 1.283으로 3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 홈런은 없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5개에 불과했던 3루타가 올 시즌에만 두 개 나왔다.
그러면서 손주인은 연일 자신의 기록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잠실 삼성전에선 개인통산 첫 번째 4안타 경기를 했고, 지난 14일 잠실 SK전에선 개인통산 최다인 4타점을 올렸다. 2회말 적시 3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5회말에는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마지막 타석인 7회말에도 좌전 적시타를 더해 타점쇼를 완성했다. 
손주인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1번 타자 박용택 또한 타격 페이스가 완전히 올라있는 상황. 박용택은 5월 들어 타율 4할5푼7리 OPS 1.067로 손주인과 함께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LG는 9번 손주인·1번 박용택의 확장 테이블세터진을 통한 새로운 득점공식을 확립했다. 양상문 감독은 “주인이가 9번 타순에서 정말 잘 해주고 있다. 용택이도 우리 팀에서 풀리지 않았던 1번 타순에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데, 당분간은 주인이 9번과 용택이 1번을 고수할 계획이다. 잘 되고 있는 만큼, 자리를 그대로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손주인의 맹타 뒤에는 굵은 땀방울이 있다. 손주인은 프로 경력 15년차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마무리캠프에 자진 참가했다. 2015시즌 부상으로 아쉬운 한 해를 보낸 만큼 절치부심하며 2016시즌을 바라봤다. 안 그래도 개인훈련양이 많은 손주인이기에 오버워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누구도 손주인의 절실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작 시범경기 기간에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고,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손주인은 “올 시즌이 내게 중요한 시즌이라고 생각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었다. 마무리캠프에도 참여했고, 스프링캠프서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너무 안 맞았다”며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면서 시즌 출발이 늦어졌지만, 2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도움을 많이 주셨다. 남아서 따로 훈련하는 것도 도와주시곤 했다. 2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손주인과 함께 한 지도자들은 일제히 손주인의 연습량에 혀를 내두른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주인이는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서 연습을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꼭 방망이를 돌리고 들어간다. 오버워크가 걱정돼 코치들에게 훈련을 하지 못하게 말리라고 지시할 정도다. 체력을 아껴야한다고 늘 얘기를 하는데 자기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린다”고 밝힌 바 있다. 
코치로서 손주인을 전담했던 삼성 류중일 감독도 지난 12일 손주인의 근성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류 감독은 “주인이는 내가 코치를 시작한 첫 해에 함께 했던 선수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며 “야구에 대한 애정이 정말 강한 친구다. 코치 시절 정말 훈련을 많이 시켰다. 그런데 항상 끝까지 버티는 선수가 주인이였다. 내가 감독이 되고 난 후 주인이가 내야 모든 자리를 소화해주면서 정말 쏠쏠한 역할을 했다. 사실 당시에는 타격이 좀 약했는데, LG에 가서 자기 자리를 잡고 나니까 타격도 좋아졌다. 우리 팀이랑 할 때 너무 잘하는 것만 빼면 잘 돼서 보기 좋다”고 웃었다. 손주인은 2013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LG로 이적, 삼성을 상대한 47경기서 타율 3할1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손주인의 최대 장점은 안정감이다. 안정된 2루 수비와 더불어 작전수행능력도 뛰어나다. 번트에 능하고 진루타를 만들어낼 줄도 안다. 양 감독은 “주인이가 돌아오면서 우리 팀이 공수에서 한층 좋아졌다. 팀이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손주인은 2013시즌과 2014시즌 LG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할 때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3시즌에는 부동의 주전 2루수로 자리하며 오지환과 리그에서 가장 많은 더블플레이를 만들었다. 2014시즌에는 무주공산이었던 3루수로 나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15시즌도 사구에 의한 부상이 아니었다면, 손주인도 LG도 보다 나은 시즌을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맹타를 휘두르는 비결에 대해 손주인은 “예전에는 내 자리를 꼭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편하게 먹고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훈련을 너무 많이 하면서 페이스가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 부분도 나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는 5월 들어 투타밸런스가 붕괴되며 5할 승률 마이너스 3까지 내려갔었다. 하지만 선발진이 반등에 성공했고, 손주인이 하위타순에서 상위타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5할 승률 회복에 한 걸음만 남겨둔 상황이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5할 승률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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