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나 세이브 기록은 없었다. 그러나 무실점과 함께 충분한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그간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좌타자를 상대로 완벽투를 선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오승환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1-5로 뒤진 7회 2사 상황에서 등판, 1⅓이닝 동안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47에서 1.37로 내려갔다. 투구수는 21개에 불과했다.
이틀을 쉬고 이날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7회 터너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8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다저스의 타순은 아드리안 곤살레스, 야스마니 그랜달, 그리고 작 피더슨으로 이어졌다. 특이할 사항은 모두 좌타자라는 점.

오승환은 올 시즌 우타자를 상대로는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1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9⅔이닝 동안 무려 1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반면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2할로 올라갔다. 8⅔이닝 동안 탈삼진은 6개에 불과했다. 이도 좋은 성적이기는 했지만 좌·우 피안타율은 다소 차이가 났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날 최고 94마일(151㎞)에 이른 빠른 공이 완벽한 로케이션을 선보였고 여기에 좌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극강의 위력을 과시했다.
8회 첫 타자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상대한 오승환은 2·3구를 모두 체인지업으로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빠른 공 승부로 곤살레스와 기싸움을 벌인 오승환은 결국 9구째 슬라이더로 1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한 고비를 넘긴 오승환은 그랜달을 상대로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결국 4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마지막 타자 피더슨은 초구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2구째 체인지업으로 다시 헛스윙을 유도했다. 피더슨은 자신감이 떨어졌는지 3구째 기습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이 되며 스리번트 아웃으로 처리됐다.
비록 팀은 패했고 오승환의 기록은 아무 것도 올라가지 않았지만 이날 좌타자 승부는 인상적이었다. 이미 리그 최정상급 불펜 성적을 내고 있는 오승환이 좌타자까지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말 그대로 최고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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