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결산] ‘엇갈린 삼총사’ 흥민 맑음-성용 흐림-청용 태풍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5.16 06: 3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태극전사들의 한 시즌 명암이 엇갈렸다. 
2015-2016시즌 EPL이 16일 새벽(한국시간) 최종 38라운드를 마쳤다. 테러 의심으로 연기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본머스 전이 남았지만, 순위에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 아스날의 대역전 2위,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한국선수들의 활약상을 돌아본다. 
▲ ‘400억 원의 사나이’ 손흥민, 8골 5도움

손흥민(24, 토트넘)은 EPL 데뷔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무려 3000만 유로(약 4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 
데뷔는 화려했다. 손흥민은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홈경기 데뷔전에서 두 골을 몰아쳤다. 이어진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EPL 홈경기서 결승골을 신고했다. 2경기서 무려 세 골을 몰아친 손흥민의 등장에 런던 팬들이 열광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손흥민은 9월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발바닥 부상을 당한 뒤 6주가량을 결장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는 델레 알리와 라멜라의 선전으로 주전경쟁서 밀려났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와 FA컵에서 잇따라 골을 터트렸다. 정작 EPL서는 반짝 교체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막판 3경기를 남기고 알리의 3경기 징계는 손흥민에게 기회가 됐다. 손흥민은 첼시전과 사우샘프턴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쏘아 올리며 부활했다. EPL 주전으로 복귀한 경기서 손흥민은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비록 막판 토트넘이 3위까지 추락했지만 손흥민의 첫 시즌은 맑음이었다.  
▲ 시즌 막판 존재가치 증명한 기성용
기성용(27, 스완지 시티)은 2014-2015시즌 스완지 시티에서 8골을 터트리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스완지 시티 최고선수에 선정될 정도로 활약이 눈부셨다. 상대적으로 올 시즌의 기성용은 흐린 날이 더 많았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기성용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했다. 허리의 중심 기성용이 빠진 스완지 시티의 경기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개리 몽크 전 감독 아래서 기성용의 입지는 탄탄했다. 몽크는 기성용 잔류를 위해 직접 나설 정도로 사랑을 줬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이 부임한 뒤 기성용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귀돌린은 노골적으로 기성용을 주전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대체자로 뛴 코르크, 페르 등이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것도 아니었지만 기성용을 쓰지 않았다. 해외파 빅리거 중 가장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던 기성용은 흔들렸다. 
기성용은 결국 시즌 막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기성용은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불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15-2016 EPL 37라운드 웨스트햄 원정경기서 시즌 2호골을 뽑았다. 지난해 12월 27일 웨스트브로미치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트린 후 무려 5개월 만에 터진 골이었다. BBC가 “환상적인 마무리였다”고 극찬할 정도로 훌륭한 골이었다. 6경기 만에 주전으로 복귀한 기성용은 귀돌린 감독의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다음 시즌 스완지 시티로 돌아올 귀돌린 감독도 “기성용의 축구를 좋아한다”며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실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기성용의 다음 시즌은 일단 전망이 밝다. 
▲ ‘감독과 불화’ 최악의 상황인 이청용
EPL 3인방 중 이청용(28, 크리스탈 팰리스)은 최악의 태풍을 만났다. 앨런 파듀 감독과의 불화는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파듀 감독이 이청용을 주전으로 쓴 것은 4회에 불과했고 풀타임 출전은 한 번도 없었다. 이청용은 13회 출전 중 9회가 짧은 교체출전이었다.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청용은 지난해 12월 15일 스토크 시티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후반 36분 자하와 교대로 투입된 이청용은 단 7분 만에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후반 43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포효했다. 지난 시즌 크리스탈 팰리스 이적 후 데뷔골이었다. 이 골로 이청용의 입지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파듀 감독은 이후에도 이청용을 중용하지 않았다. 
결국 불화가 터졌다. 이청용은 국내 언론사와 가진 현지인터뷰서 파듀 감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파듀 감독이 자신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한 뒤 교체횟수를 모두 소진한 것을 잊어버려 사과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청용은 특정선수를 고집하는 파듀 감독의 용병술과 다혈질적인 성격도 꼬집었다. 이 내용은 영국언론에 보도돼 현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파듀 감독은 이청용에게 3만 파운드(약 5060만 원)의 벌금을 물렸다. 이청용과 파듀 감독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비시즌을 맞아 이청용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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