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사구 논란으로 갑론을박을 불러 일으켰던 강정호(29·피츠버그)가 화끈한 복수에 성공했다. 홈런포 및 멀티히트로 무력 시위를 했다.
강정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6번 3루수로 출전,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2득점을 모두 책임졌다. 타율은 종전 2할5푼에서 2할9푼2리로 뛰어 올랐다.
사실 15일 경기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강정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제이크 아리에타의 92마일(148㎞) 빠른 공에 등을 맞았다. 목덜미 바로 아래 부분으로, 조금만 위로 향했어도 머리를 맞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공이었다.

이 공이 경기 후 양팀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다. 피츠버그 지역 언론을 비롯한 선수들은 '빈볼'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날 피츠버그 선발이었던 제프 로크는 "아리에타와 같은 제구력이 좋은 선수라면 실수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클린트 허들 감독도 "당신들(미디어)이 판단해보라"라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
반면 컵스 측은 고의성 여부를 일축했다. 포수 미겔 몬테로는 "정말 바보같은 이야기다. 아리에타는 당시 흔들리고 있었다"라고 일축했다. 조 매든 감독 역시 "총체적으로 넌센스다"라고 아리에타를 옹호했다. 지난해부터 몸에 맞는 공으로 신경전이 많았고 강정호는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으로 부상까지 당했던 터라 논란이 더 심했다.
설사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경기 후 컵스측 선수단의 인터뷰는 피츠버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유감 표명보다는 변명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컵스 원정 3연전에서 첫 두 판을 내준 상황이라 전의는 더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고의성 여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법한 강정호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홈런포로 응징에 성공했다. 0-0으로 맞선 7회 2루타로 타점을 올린 강정호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헥터 로돈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포(시즌 4호)를 터뜨리며 팀에 확실한 리드를 안겼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컵스 벤치에 통쾌한 복수를 한 셈이었다. 피츠버그도 9회 컵스의 추격을 따돌리고 2-1로 승리, 싹쓸이 패배를 면했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피츠버그와 컵스 사이에는 악연이 하나 더 추가, 앞으로 불꽃 튀는 시리즈를 예고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