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양현종, 토종 200이닝 선의의 경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16 15: 30

이닝 소화 양현종 1위-김광현 3위
나란히 200이닝 페이스, 경쟁 효과도 기대
올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을 얻는 동갑내기 대표 좌완 김광현(28·SK)과 양현종(28·KIA)이 시즌 초반 쾌조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선의의 경쟁이 2007년 류현진(29·현 LA 다저스) 이후 첫 토종 200이닝의 값진 성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KBO 리그도 어느덧 25% 정도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김광현과 양현종은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투수다. 김광현은 8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 중이다. 승운이 없어 울고는 있지만 양현종도 세부 기록은 만만치 않다. 역시 8경기에서 완투 경기 한 차례를 포함해 1승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좋지만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투구 이닝이다. 양현종은 55⅔이닝을 던지며 리그 1위, 김광현은 53이닝을 던져 리그 3위이자 토종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경기에 나갈 때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투구 내용이 뒷받침되어야 이닝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생각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고, 반대로 토종 투수들이 조금씩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경향에서 이닝 상위권은 죄다 외국인의 차지였다. 144경기로 확대돼 200이닝 돌파 선수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던 지난해만 봐도 조시 린드블럼(롯데·210이닝), 에릭 해커(NC·204이닝)만이 200이닝을 넘겼다. 2013년은 1~5위까지, 2014년은 1~3위까지, 지난해는 1~4위까지 모두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김광현과 양현종의 분전이 이어지고 있어 이 흐름이 깨질 가능성이 생겼다. 두 선수가 지금의 이닝소화 속도로 올 시즌 30경기 이상에 선발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모두 200이닝을 넘길 수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라고 시즌 전 각오를 드러낸 두 선수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KBO 리그 역대 200이닝 달성은 총 47차례가 있었다. 그러나 토종은 2007년 류현진(당시 한화·211이닝) 이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김광현은 2010년 193⅔이닝이 최다이며, 양현종은 2015년 184⅓이닝이 자신의 기록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라 올해는 선발투수의 가장 값진 훈장 중 하나인 200이닝에 한 번쯤 욕심을 내보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완급조절을 비롯, 선발투수로서 한층 더 원숙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사 초반에 조금 부진하더라도 재빨리 자기 페이스를 찾아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가는 모습도 몇 차례씩 보여줬다. 이미 정상급 기량은 증명된 만큼 건강하게 한 시즌을 완주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목표다.
체력적으로 지칠 여름철 이닝 관리가 관건. 하지만 적잖은 경험을 가진 선수들로 이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다. 겨울에 많은 공을 던지기보다는 적절한 페이스 관리로 여름 이후의 체력 안배까지 모두 계산에 넣고 시즌을 준비했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있는 만큼 확실한 이닝소화능력을 보여준다면 자신들의 몸값도 뛴다.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같이 달릴 때 경쟁 효과도 배가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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