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이상하게 꼬이는 날이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 세든(33·SK)은 흔들리지 않았다.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킨 세든이 시즌 5번째 승리와 함께 팀의 흐름을 되살렸다. SK는 지긋지긋했던 화요일 6연패에서 탈출했다.
세든은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4.57에서 4.20으로 내렸다. 시즌 5번째 승리였다.
개인에게나 팀에나 중요한 한 판이었다. 세든은 최근 2경기에서 모두 5실점씩을 기록했다. 3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은 4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장타 허용이 늘어나며 고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날 좋지 않은 흐름을 끊고 가야 했다. 여기에 팀은 지난 주 5경기에서 1승을 건지는 데 그치며 3위로 내려앉은 상황이었다. 부상자들이 하나둘씩 발생해 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이날 승부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초반 흐름이 묘했다. 1회 선두 아두치의 타구는 빗맞은 공이었다. 그런데 이 공이 세든의 키를 살짝 넘겨 2루수 앞으로 구르는 내야안타가 됐다. 후속타자 김문호의 타구는 원래라면 유격수 병살타로 이어졌어야 할 타구. 그러나 런앤히트 상황에서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고메즈를 피해 좌전안타가 됐다.
여기에 손아섭의 2루수 땅볼 때는 고메즈가 2루를 밟지 않았다는 판정이 나오며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1점을 내줬다. 네이버후드 플레이가 인정되지 않았다. 묘하게 꼬이는 양상이었다. 투구로서는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든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인 최준석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여기서 정의윤-김성현-최정으로 이어진 릴레이가 완벽하게 이뤄지며 태그업 후 3루로 뛰던 김문호를 잡아냈다. 커트맨은 2루수 김성현의 강한 어깨가 빛났다. 초반 대량 실점 위기를 넘기는 결정적인 플레이였다.
세든은 4회에도 실책으로 1점을 더 허용해 비자책점 하나를 떠안았지만 동요하지 않고 5회와 6회를 실점없이 지우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채병룡은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화요일마다 침묵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던 타선도 모처럼 집중력을 발휘했다. 2회 상대 실책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한 SK는 2-1로 앞선 3회 선두 최정과 1사 후 박정권이 침착하게 볼넷을 고르며 1,2루 상황을 만들었다. 여기서 올 시즌 타격이 부진했던 고메즈가 좌중간을 가르는 결정적인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이어 최정민이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이날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가르는 이닝이었다.
SK는 5-2로 앞선 6회에도 1사 후 조동화 박재상이 연속 안타를 쳤고 최정이 다시 볼넷을 고르며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정의윤이 침착하게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냈고 박정권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7-2의 넉넉한 리드를 만들었다.
승리의 수훈갑이 된 세든은 "먼저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어 기쁘다. 지난 두 경기에서 부진해서 투구 매커니즘에 집중해 훈련했다. 오늘은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주력했다"라면서 "초반 경기 상황이 어렵게 흘러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구 일구에 집중하고 던지다 보니 위기 상황을 극복한 것 같다. 김민식과의 호흡은 좋았고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잘 리드했다. 타자들이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줘 이길 수 있었다"라고 승리의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 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