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5개 중 볼 둘 골라내고 모두 안타
3안타 이상 경기만 4번째, 리그 최고 화력
하루 쉰 뒤에도 김재환(28, 두산 베어스)의 화력은 여전했다. 3번째 타석까지 상대 투수가 그에게 던진 공은 5개였지만 골라낸 공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안타였고, 그 중 하나는 홈런이었다.

김재환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도 팀의 4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다시 한 번 벤치의 믿음에 부응했다. 팀은 그의 방망이를 앞세워 4-3으로 승리하며 4연승에 성공했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그는 지크 스프루일의 2구째를 공략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지크는 1회말을 단 7구로 끝냈을 만큼 초반 기세가 좋았으나, 김재환이 더 강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타선의 침묵을 깨는 한 방이었다.
첫 타석의 안타가 신호탄이었다면, 이날 그의 타격 중 가장 빛났던 부분은 4회말 날린 동점 솔로홈런이었다. 3회말까지 무득점에 그치고 있던 두산은 4회말 2사에 나온 김재환의 우월 솔로홈런에 깨어났다. 이번에도 초구였고, 150km에 이르는 지크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펜스를 넘긴 김재환은 2경기 연속 홈런으로 12호 홈런을 기록하며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와 함께 다시 홈런 공동 선두가 됐다.
2-1로 앞서고 있던 6회말 추가 득점 상황에도 기여했다. 1사 1루에 나온 그는 지크의 초구를 골라낸 뒤 2구째를 받아쳐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상황은 1, 2루로 변했고, 5번 양의지의 중전 적시타가 터지며 두산은 3-1로 달아날 수 있었다. 마지막 타석은 삼진이었지만, 이미 앞선 세 타석에서 자신의 임무를 할 만큼 해낸 뒤였다.
팀이 치른 37경기 중 10경기를 뺀 27경기에 나선 그는 3안타 이상 친 경기만 벌써 4번째다. 그 중 5안타 경기가 두 번이나 있었고, 홈런도 12개로 리그에서 제일 많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모습이고, 모든 감독들이 바라는 4번타자의 상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 투수들에게 심어주는 위압감도 엄청나다. 이날 경기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빠른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승부한다. 세 번의 타석을 거치는 동안 지크는 그에게 공을 단 5개만 던졌지만, 9명의 타자 중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김재환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시즌 초에 (오)재일이를 4번으로 쓰고 (김)재환이를 뒤에 놓았는데 그 그림이 괜찮았다. 6~7번 정도 생각하고 있다”며 오재일이 오면 김재환을 6~7번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계획이 현실이 되면 두산을 만나는 투수들은 클린업 뒤에 다시 중심타선을 만나는 기분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