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만 16세의 나이로 스타크래프트 프로 세계에 입문한 김대엽. 그리고 2016년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라운드 플레이오프에서 생에 다섯번째 올킬을 기록한 그를 두고 해설자들은 데뷔 이래 9년간 꾸준하게 성장해 온 프로게이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꾸준히 성장하는 게이머라는 타이틀 만큼 김대엽을 잘 표현하는 수식이 있을까? KT롤스터의 전신인 KTF 매직엔스로 데뷔한 김대엽은 이듬해 위너스리그부터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이영호와 함께 팀의 듬직한 버팀목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개인 리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고, 예선조차 번번이 뚫지 못하던 김대엽은 자연스럽게 저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대엽은 무너지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된 2012시즌 이후 프로리그에서도 꾸준히 호성적을 내며 팀의 주전 프로토스 라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노력이 개인 리그에서도 빛을 발한 건 2014년도부터였다. 2014 GSL 시즌1서 처음으로 코드 S에 진출해 8강에까지 올랐으며 2014 WECG 한국 국대선발전에서는 예선을 뚫고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7년만의 일이다.


김대엽의 커리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시즌 프로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더니 2라운드 준플레이오프서 통신사 라이벌 SK텔레콤을 상대로 올킬을 기록한 것. 당시 올킬로 김대엽은 첫 스타2 올킬, 한 팀을 상대로 스타1과 스타2 모두에서 올킬이라는 두 개의 타이들을 따게 됐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김대엽은 SK텔레콤을 상대로 포스트 시즌이라는 중요한 길목서 다시 한번 올킬을 만들어냈다. 당시 김대엽이 보여준 경기력은 해설진과 팬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상대가 집요한 견제를 하든, 빠른 템포로 경기 흐름을 바꾸려 하든 김대엽은 언제나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고 값진 4-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 후 MVP 인터뷰에서 김대엽은 특유의 순박한 미소로 “1킬만 해도 내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생각했다. 올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극찬 속에 완승을 거두고 엄청난 환호와 칭찬을 받고 온 선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김대엽은 그저 내 뒤의 팀원들을 믿고 마음 편안히 경기에 임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마음가짐이 큰 동요 없이 4연 세트승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오는 21일, 김대엽은 천적 조성주가 속해있는 진에어와 결승전을 치른다. “누가 성주를 꺾어줬으면 좋겠다”며 장난 섞인 투정을 부리던 김대엽이 과연 이 기세 그대로 천적마저 제패하고 우리를 한번 더 놀라게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yj0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