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이상이 걸린 장거리 이동, 그리고 손목 골절.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수 없는 경기였지만 임종은(26, 전북 현대)은 큰 흔들림 없이 멜버른 빅토리(호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결과 전북은 호주 원정에서 값진 무승부를 따냈다.
1-1 무승부. 평소의 전북이라면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17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멜버른과 원정경기는 달랐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전북 숙소가 있는 전북 완주군을 떠나 멜버른까지 오는데 20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당연하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주말 경기를 쉬고,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했어도 적지 않은 악영향이 있었다.

임종은은 더욱 심했다. 193cm의 장신은 이럴 때 좋지 않다.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해도 좁은 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손목이 골절된 상태였다. 임종은은 지난 8일 수원 삼성전에서 김건희와 충돌 과정에서 손목 뼈가 부러졌다.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이 잦은 수비수로서는 최악의 부상 중 하나였다. 한쪽 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불리함이 많았다. 그러나 임종은의 모습에서 부상의 여파를 느낄 수 없었다. 임종은은 평소와 같이 안정된 수비로 전북 골문을 지켰다.
실점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전북은 전반 5분 코너킥 기회에서 베사르트 베리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수비수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1차적으로 임종은이 코너킥을 헤딩으로 처리했지만, 흘러나간 공이 레이 브록삼에게 연결되는 것을 막지 못해서 나온 실점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임종은은 공중볼 다툼에서 멜버른에 밀리지 않기 위해 투혼을 펼쳤다. 심지어 상대의 발이 얼굴로 향해도 머리를 들이 밀어 공을 처리 했다. 결국 상대의 발은 임종은의 머리를 가격해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임종은의 활약 속에 추가 실점을 막은 전북은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전북은 오는 24일 전주에서 열리는 2차전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른다. 최 감독도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우리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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