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걸린 최악의 이동, 그래도 안 무너진 전북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5.18 05: 59

분명 정상적인 경기력은 아니었다. 평소 전북 현대를 생각한다면 만족할 수 없는 경기력이다. 그러나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전북은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20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은 호주 팀을 상대하는 것을 꺼린다. K리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 J리그는 물론 중국 슈퍼리그도 그렇다.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장거리 이동 때문이다.
특히 멜버른 원정은 최악이다. 시드니로 가는 직항편은 있지만 멜버른은 없다. 경유를 해야 한다.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을 가든지, 홍콩을 거쳐 멜버른을 가야 한다. 전북은 후자를 선택했다. 시드니를 거칠 경우 짐을 다시 찾고 맡기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걸리는 시간이 20시간 이상이다. 비행 시간만 계산하면 14시간 정도이지만, 전북 숙소가 위치한 완주군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 홍콩에서 환승을 대기하는 시간을 모두 포함하면 20시간 정도가 걸린다.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 정신적인 피로도 엄청나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주말 경기를 연기하고,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해 이동했다고 해도 불리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멜버른이 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2011년 3월 이후 한 차례도 패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정신적인 충격이 컸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대대적인 반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멜버른은 평소와 다르게 안방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값진 무승부다. 게다가 득점까지 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된다. 오는 24일 전주에서 열리는 2차전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겨도 8강에 오른다. 무엇보다 멜버른은 통산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서 6무 9패로 부진하고 있다. 전북이 겪은 애로사항을 이제 멜버른이 겪을 차례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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