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트윈시티] ‘적토마’ 이병규, 정확히 어떤 상황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5.18 06: 10

이병규(42)는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최고 스타다.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 중 이병규보다 많은 안타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이병규는 KBO리그 역사에 5명밖에 없는 통산 2000안타 이상 달성자이자, 6명밖에 없는 30-30클럽 가입자다. LG는 1997년 이병규 이후 아직까지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이병규가 타격왕을 수상한 후 주요부문 개인상 수상자도 없다. 이병규는 LG 구단 역사를 논할 때 가장 앞에 자리하는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이병규가 보이지 않는다. 이병규는 4월 1일 개막 후 단 한 차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 막바지까지 개막 엔트리 경쟁에 임했으나, 2군에서 개막을 맞이했고, 지금도 2군에 있다. 이병규를 볼 수 있는 곳은 이천 챔피언스파크를 비롯한 2군 경기장이다. 그곳에서 이병규는 타율 4할4푼4리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팬 입장에선 최고 스타를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이병규가 2군을 정복하고 있고, 이전과 달리 수비도 소화하는 만큼, 이병규의 1군 복귀가 팀 전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비록 2년 연속 부진했으나, 올해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건강함과 결정적 상황에서의 해결사 능력은 LG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이병규를 찾게 한다.

문제는 이병규가 1군에 합류할 경우, 이미 세워둔 팀 구상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점이다. LG 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병규가 1군에 올라오면 이병규의 자리는 주로 지명타자가 된다. 물론 간간이 수비도 나설 수 있겠으나, LG 코칭스태프는 이병규가 매일 수비까지 소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이병규가 맹활약을 펼쳤던 2013시즌에도 이병규는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하지만 지금 LG 1군에는 이병규 외에도 지명타자로 나서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올 시즌 박용택 이병규(7번) 정성훈 서상우 등이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베테랑들은 체력안배를 위해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로 자리하고, 서상우는 아직 마땅한 수비 포지션이 없어서 지명타자로 출장한다. 여기에 이병규가 더해지면, 이들 넷의 출장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이병규 합류시, 엔트리에서 누구를 뺄지도 고민거리다. 지난 17일 수원 kt전을 기준으로 LG는 안익훈 임훈 박용택 채은성 이병규(7번) 김용의로 1군 외야수 엔트리를 구상했다. 여기에 내야수로 분류된 서상우까지가 이병규와 바뀔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저마다 맡은 역할이 분명하다. 일단 중심 타선에 들어가는 박용택과 이병규(7번), 그리고 팀에 별로 없는 테이블세터 자원인 임훈은 부상이나 극심한 슬럼프가 아닌 이상 뺄 수 없다. 채은성은 외야진에 유일한 우타자이며 올 시즌 공수에서 보여준 성장세도 뚜렷하다. 김용의는 외야수로 분류되어 있으나, 1루도 맡을 수 있다. 정성훈의 컨디션 관리가 필요한 지금 시점에서 백업 1루수는 필수다.
결국 안익훈과 서상우가 남는데 이들 또한 각각 수비와 공격에서 자신 만의 영역이 있다. 안익훈은 팀에서 가장 넓은 외야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타격에서 고전하고 있으나, 수비만 놓고 보면 LG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외야수다. LG는 경기 후반 리드시 중견수 안익훈·우익수 임훈으로 승리 지키기에 들어간다. 서상우는 20대 타자들 중 타격 잠재력은 최고라는 내부평가다. 비록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으나 여전히 출루율은 4할5푼5리에 달한다. 사이드암투수를 상대할 시 서상우만큼 확실한 대타카드도 없다. 
안익훈과 서상우가 1군에서 작은 역할만 수행하는 게 둘의 미래에 마이너스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LG에는 안익훈 만큼 외야수비가 뛰어난 선수도, 서상우 만큼 타석에서 안정된 모습을 자랑하는, 반드시 육성해야하는 20대 좌타자도 없다. 무엇보다 둘 다 퓨처스리그 투수와 상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이병규(9번)는 팀의 상황을 알고 묵묵히 컨디션 유지에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참 역할에도 충실하다. 2군 대만캠프부터 어린 선수들의 멘토로 자리하며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신승현은 “올해 대만 캠프에 병규형과 광삼이형, 현욱이형 등 고참들이 있었다. 선배로서 훈련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형들과 함께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더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나도 후배들도 알찬 캠프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수 2군 감독은 지난 17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우리는 병규가 최대한 감각을 유지하되 부상을 피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병규는 한 경기 나가면, 다음 두 경기, 혹은 다음 세 경기를 쉬게 한다. 이렇게 관리를 하면서 병규의 몸 상태가 작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우익수로 나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사실 2군에선 병규의 수비 능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병규가 갑자기 수비에 대한 감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갑자기 이전보다 수비범위가 늘어난다고 보기도 힘들다. 2군은 어린선수 육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외야수를 우익수로 기용하고 병규를 지명타자로 출장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감독은 “당장은 병규가 1군에 들어가기 힘든 상황일 수 있으나,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한다. 1군에서 부상자가 나오거나 급격히 컨디션이 떨어지는 선수가 나오면, 병규를 올려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1군에서 호출이 왔을 때 병규가 최상의 상태에서 1군에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당장 이병규를 잠실구장에서 볼 확률은 낮다. 하지만 이병규가 이대로 아무 것도 없이 은퇴할 확률도 지극히 낮다. LG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양상문 감독이 언젠가는 이병규를 1군에 올릴 것이다. 1군 전력에 누수가 발생하는 시점일수도 있고, 확장 엔트리가 시행되는 시즌 막바지일 수도 있다. 장담하는데 이병규가 아무 것도 없이 은퇴하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병규의 콜업보다 더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매년 LG와 관련해 거짓을 진실인 듯 퍼뜨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정확한 목적은 모르겠지만, 이는 LG와 관련된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는 행동이다. / LG 담당기자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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