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히메네스, 홈런 12개 공동 1위
김상호-우즈 이어 3번째 잠실 홈런왕?
모처럼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홈런왕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토종과 외국인의 구도라 더욱 흥미롭다.

두산 김재환과 LG 루이스 히메네스가 나란히 12개 홈런을 터뜨리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히메네스가 수원 kt전에서 4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한 발짝 달아나자 곧 김재환이 같은 날 잠실 KIA전에서 4회 우월 솔로 홈런으로 발걸음을 맞췄다.
시즌 초반이지만 두 선수의 홈런 레이스가 단연 돋보인다. 시즌 초반 백업 멤버로 시작한 김재환은 27경기 97타석으로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홈런 12개로 폭발적인 페이스를 자랑 중이다. 히메네스도 0.8타수당 하나 꼴로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데 규정타석 타자 중 1위에 빛난다.
두 선수 모두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잠실구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100m, 중앙 125m로 웬만한 메이저리그 구장보다도 더 크다. 김상현·박병호·정의윤 등 거포 유망주들이 LG를 떠나 다른 팀에서 빛을 발한 것도 잠실구장 영향이 컸다.
하지만 올 시즌 김재환과 히메네스는 잠실구장의 크기마저 압도하고 있다. 김재환은 홈런 12개 중 7개를 홈구장 잠실에서 터뜨렸고, 히메네스 역시 12개 중 절반인 6개를 잠실구장에서 넘겼다. 평균 홈런 비거리는 김재환이 116.3m로 히메네스의 113.5m를 압서지만 구장 크기를 가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역대 KBO리그에서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2명. 1995년 OB 김상호가 25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최초의 잠실 홈런왕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기준으로 작은 구장을 홈으로 썼던 한화 장종훈과 삼성 이동수가 22개의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2위에 그쳤다. 김상호는 MVP도 받았다.
이어 1998년에는 OB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무려 42개의 홈런으로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쓰며 잠실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대구구장을 홈으로 쓴 이승엽은 38개로 2위에 만족했다. 그해 MVP도 우즈의 차지. 그 이후로 지난해까지 17년간 잠실 홈런왕은 전무했다.
하지만 올해 김재환과 히메네스가 시즌 초반부터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며 18년만의 잠실 홈런왕 탄생을 기대케 한다. 다만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삼성 최형우(10홈런), NC 에릭 테임즈와 SK 정의윤(이상 9홈런)이 작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재환·히메네스가 불리한 부분이 있다. 최형우는 2011년 홈런왕을 차지했고, 테임즈는 2년간 37개-47개 홈런을 터뜨린 거포다. 정의윤의 기세도 대단하다.
또한 김재환은 풀타임 시즌 경험이 없어 체력 관리가 필요하고, 히메네스는 상대적으로 LG 타선이 약해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과연 두 선수가 잠실 핸디캡을 딛고 18년 만에 잠실 홈런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김재환-히메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