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정재훈, 최고령 홀드왕까지 넘본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18 09: 15

 “중간에서 1이닝, 혹은 두 타자 정도만 막아줘도 괜찮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호주 시드니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정재훈(36)에게 기대하는 바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 선발이 물러난 뒤 이현승으로 가기 전까지 아웃카운트 2개 정도만 만들어줄 수 있으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1이닝을 통째로 지워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정재훈은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다짐을 숨겨두고 있었다. 시드니로 가기 전 인천공항에서 만났던 그는 “베테랑이라 해도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감독님이 의도하신 뜻도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며 베테랑이기 이전에 한 명의 선수로서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 정재훈은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다. 2패가 있긴 하지만 11홀드로 이 부문 선두고, 평균자책점도 1.00으로 훌륭하다. 27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홈런 없이 WHIP 0.70, 피안타율 1할3푼5리로 안정감도 모든 보직을 통틀어 최정상급이다. 팀에 필요한 우완투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덕에 복귀하면서 많은 환영을 받았지만, 이 정도의 활약까지 기대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김 감독 역시 놀라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아프지 않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나 안 되더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다”라며 최초에 정재훈에게 품었던 기대치, 그리고 현재 활약에 대해 한 번씩 언급했다.
이 말이 나온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정재훈의 값진 피칭이 다시 나왔다. 17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 마이클 보우덴에 이어 등판한 그는 팀이 3-1로 앞서던 무사 1, 3루에 나와 한 명의 주자만 불러들이고 팀의 리드를 유지시켰다.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에 몸에 맞는 볼 하나를 내주고 무실점하며 홀드를 추가했고, 4-3으로 이긴 두산은 4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김 감독도 “(팀에 돌아올 당시) 팔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라고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확실히 준비되지 않아 시범경기 초반에는 경기에 투입되지도 못했다. 그가 처음 실전에서 피칭한 것은 3월 19일 잠실에서 있었던 KIA와의 시범경기(1이닝 1탈삼진 무실점)였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고, 이제는 최고령 홀드왕 등극도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역대 홀드왕 가운데에서는 2007년 류택현(당시 LG 트윈스, 1971년 10월 23일)이 최고령이었는데, 정재훈(1980년 1월 1일)은 9년 전의 류택현과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빠르다. 현재 공동 2위 이보근(넥센 히어로즈), 윤길현(롯데 자이언츠)과의 홀드 격차는 3개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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