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최악 한 달’ 이명기, 이보 전진을 꿈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18 10: 28

시즌 초반 최악 부진, 결국 2군행 통보
몸+기술 회복 돌입, 대반격 토대 만든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 이명기(29·SK)는 3-6으로 뒤진 4회 1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1점을 만회하며 팀의 추격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명기는 여기서 기습번트를 댔다. 결과도 좋지 못했다. 포수에게 잡혔고, 주자들을 진루시키는 데 그쳤다. SK는 이 이닝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이명기는 2014년 2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적이 있는 선수다. 2013년 3할4푼, 2014년 3할6푼8리를 쳤고 지난해에는 규정타석까지 채우며 3할1푼5리에 164안타를 기록했다. 맞히는 재주, 안타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명기가 그런 기회에서 기습번트를 댔다. 타격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는 이명기가 16일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되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당초 김용희 SK 감독은 이명기가 경기에 나서면서 슬럼프를 이겨내길 바랐다. 타격은 확실한 선수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땅한 리드오프 대체자도 없었고 한 차례 2군행 논의가 있었을 때 때마침 외야수 김강민이 부상을 당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명기의 타격감과 자신감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이명기는 당시 상황에 대해 “공은 보이는데, 자꾸 빗맞았다. 안 되는 상황에서 뭐라도 하려고 하다 보니 번트를 댔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SK 부동의 리드오프로 시즌을 시작한 이명기는 올 시즌 31경기에서 2할2푼2리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SK 팀 내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록이었다.
이명기는 “지금껏 수비나 주루에 있어서의 스트레스는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타격은 야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일단 치면 내야안타라든지, 빗맞은 안타라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한 달 내내 타구가 좋지 않았다. 어쩌다 잘 맞으면 정면으로 갔다”라면서 “일단 공을 치면 어떤 결과가 나왔는데 올해는 파울이나 헛스윙이 많았다”라고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부분도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미묘하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다. 이명기는 “지금까지는 1루 땅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1루 땅볼이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파울이나 헛스윙이 많이 나오다보니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시작됐고 결국 맞히기 급급한 타격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쨌든 지난 일이다.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명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명기는 현재 팀 내 선수들이 흔히 ‘힐링캠프’로 부르는 루키팀(3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대진 총괄 코치와 함께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명기는 “방망이가 조금씩 돌아 나오는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다시 연습하고 있다”라고 웃으면서 “1군에서도 그런 문제는 느끼고 있었는데 매일 경기에 나가다보니 여유가 없었다. 내려와서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안 좋은 부분도 수정하겠다”라고 전화위복의 단어를 떠올렸다.
아직 퓨처스팀(2군) 합류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발목 보강 운동을 하면서 머리까지 깨끗하게 비운 뒤 2군으로 갈 예정이다. 김용희 감독도 이명기의 복귀 시점을 정해두지 않았다. 이제는 한 번 올라오면 더 이상의 2군행 없이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김용희 감독은 이명기와의 면담에서 이런 사실을 강조했다. 이명기도 이를 받아 들여 조금 더 멀리 보고 강화에서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심리적인 부담은 많이 덜어냈다. 이명기는 “사실 올라가서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2할2푼에서 더 떨어질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껄껄 웃으면서 “2군 생활을 마치고 1군에 올라가도 아마 100경기 정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잘 추슬러 올라가 초반에 팀·코칭스태프·팬들에게 졌던 빚을 꼭 갚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명기는 3군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도 홀로 남아 발목 보강 운동에 매진했다. 대반격을 위한 토대가 하나둘씩 다시 쌓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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