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면치 못했던 SK가 승부처에서 두 개의 카드를 연달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카드에 ‘대박’이 찍히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은 끝에 역전승을 이뤄냈다.
SK는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2회 석연치 않은 2실점 후 추가 실점을 봉쇄하며 버텼지만 타선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롯데 선발 조시 린드블럼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3회까지는 한 타자도 살아나가지 못했고 5회까지는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6회 1점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7회 고메즈의 실책이 빌미가 돼 1점을 더 내주며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마운드에는 투구수 관리가 잘 된 린드블럼이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7회 집중력을 발휘했고 한 번 잡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선두 정의윤이 깨끗한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박정권이 2B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SK의 다음 타자는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였다.
타격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고메즈는 멘도사 라인에 걸쳐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도 린드블럼을 상대로 첫 두 타석에서 모두 외야 뜬공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도 아니었다. 고메즈의 활약에 따라 이 흐름이 이어질 수도, 완전히 끊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고메즈의 기습번트를 댔다. 롯데 수비진은 예상하지 못한 카드였다.
예상하지 못한 3루수 대시도 조금 늦었고 코스마저 절묘해 투수 린드블럼이 처리하기도 힘든 타구였다. 고메즈의 발이 느린 편도 아니라 1루로 던져보지도 못하고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SK는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타 최승준 카드였다.
이 타석은 원래 최정민의 타석이었다. 최근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있었고 좌타자였다. 그러나 첫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했다. 린드블럼의 포크볼에 두 번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린드블럼을 상대로 한 상성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에 SK는 우타 거포 자원인 최승준을 대타 카드로 투입했다. 일단 외야로 공을 보내면 희생플라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최승준 카드가 잭팟이었다. 최승준은 린드블럼의 초구 135㎞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KBO 리그 역대 43번째 대타 만루홈런. 전세를 완전히 뒤집는 한 방이기도 했다. 결국 SK는 2점의 리드를 전유수 박정배 박희수로 이어지는 계투 작전으로 지키며 위닝시리즈를 예약할 수 있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