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쉬게 하나? 두산의 행복한 고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19 10: 20

오재일 복귀로 김재환, 에반스와 공존 과제
라인업 짜는 김태형 감독 행복한 고민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행복한 고민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요즘 라인업 짜기가 힘들다. 선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서다.

두산은 18일 경기까지 치른 현재 팀 타율 3할9리로 리그 전체에서 유일한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홈런도 45개로 전체 1위다. 2경기를 덜 치른 공동 2위 NC와 KIA(이상 38개)보다 7개나 많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은 3할 타율보다 더 놀랍다.
워낙 좋은 타자가 많아 라인업 구상이 벅찰 정도다. 1루수 요원인 오재일, 김재환, 닉 에반스를 정리하는 것도 그야말로 일이다. 18일 잠실 KIA전에서는 오재일이 1루수로 나서고 에반스는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재환은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는 17일 경기에서 왼쪽 검지 염좌로 빠졌던 정수빈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박건우가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그나마 큰 고민 없이 이뤄졌다. 정수빈이 처음부터 중견수로 출전했다면 김 감독은 오재일, 김재환, 에반스 중 1명과 박건우를 놓고 누구를 좌익수로 써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했다.
정수빈은 정상적으로 출전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김 감독은 묘안을 짜내야 한다. 그는 18일 경기를 앞두고 “투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재일이와 재환이는 (선발로) 들어가야 한다. 대타로 에반스가 나갈 상황도 생길 것 같다”며 셋 중 하나를 벤치에 대기시켜야 한다면 에반스를 대타 요원으로 준비시키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가 대타로 나올지 모르는데도 공격력 걱정을 하지 않는 팀이 됐다.
외국인 선수라고 무조건 쓸 수도 없다. 주전급으로 자리를 잡은 박건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타율 3할2푼7리를 올리고 있는 박건우는 홈런은 2개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2루타 9개를 날려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재일과 김재환 중 누구를 4번에 기용할지도 김 감독의 선택이다. 김 감독은 17일 경기 전에는 “시즌 초에 재일이를 4번으로 쓰고 재환이를 뒤에 놓았는데 그 그림이 괜찮았다. 6~7번 정도 생각하고 있다”며 오재일 4번 활용에 무게를 뒀지만 하루 뒤에는 “누가 어디에 있으나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그만큼 누구를 4번에 써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둘 다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면 된다.
좋은 것은 주전 중 한 명이 번갈아 쉬어도 큰 전력 누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 중 한 명 정도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두산의 타선은 강력하다. 오히려 위협적인 대타 요원 하나를 얻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식지 않는 타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마운드 역시 탄탄하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3.80으로 이 부문 2위다. 1위 NC(3.75)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최강의 타선과 정상급 마운드가 합작하고 있는 팀 성적은 26승 1무 11패로, 2위 SK에 5경기차로 앞선 단독 선두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